건축이 재현되는 매체를 읽다
『건축 표기 체계: 상상, 도면, 건물이 서로를 지시하는 방식』
넬슨 굿맨, 로빈 에반스, 소닛 바프나, 마리오 카르포 지음 | 현명석, 김현섭, 박민수, 정만영 옮김 | 아키텍스트 펴냄
건축가의 상상속에 있는 ‘건축’은 물성을 지닌 건물로 지어져야 완성된다. 이를 위해 건축가의 생각은 특정한 매체를 통해 표현된다.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는 건축가의 역할을 건물 짓기가 아닌 건물 그리기 또는 디자인하기로 정립하기도 했다. 이 책은 바로 건축이 재현되는 방식, 건축가의 생각이 건물로 옮겨지는 과정의 정보로서 건축 재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동하고 해석되는지 그 방식을 역사적으로 다룬 이론서다. 건축 재현에서 중요한 문제를 지적했던 네 명의 글을 모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들은 각각 종이 시대부터 디지털 시대까지 건축 재현의 의미를 정의하고 매체의 변화에 따른 변화를 서술한다. 오로지 도면과 모델만으로 구축을 위한 건축 정보를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도면 형식의 계획안으로 존재할 뿐인 미스의 벽돌주택 계획안이 실제 지어진 건축물과 동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이 주체가 되어 생성한 건축 정보를 건축가의 작업으로 볼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문제를 넘나든다. 책의 논점은 ‘건축을 어떻게 재현하느냐’하는 문제가 ‘건축가의 영역을 어떻게 정의하느냐’하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건축가의 눈과 손을 대신하는 발달된 매체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건축가는 무엇을 통해 어떻게 건축을 생산하고 표현하는지, 어디까지를 건축가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지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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