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진행중인 <이불 - 시작>은 이불이 초기 10년간(1987~1996) 집중했던 소프트조각과 퍼포먼스, 그와 관련된 기록을 모은 전시다. 이번 전시는 그녀를 세상에 알린 파격적인 작업들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특히 1부와 2부에서 각각 그녀의 대표적인 소프트 조각 연작과 12개의 퍼포먼스 영상을 순차적으로 보여준 다음, 3부에서 드로잉과 사진, 오브제 등 작품 제작의 부산물을 통해 둘 사이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자 시도한다. 3부에 전시된 ‘기록’은 퍼포먼스를 일시적 행위로 보지 않고 조각적 탐구의 확장으로 대했던 그녀의 사고를 추적하는 단서가 된다. 12편의 퍼포먼스 영상을 거대한 검은 방의 양면에 펼쳐 보인 2부 공간은 여러 스크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그녀의 외침과 몸짓이 한데 뒤섞여 더 강력한 메시지로 증폭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괴물 형상의 천 조형물을 몸에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갈망’(1988), 알몸으로 거꾸로 매달린 채 낙태 문제에서 여성의 해방을 외치는 ‘낙태’(1989), 화려하게 치장한 날생선을 비닐팩에 담아 썩어가는 모습을 전시한 ‘장엄한 광채’(1991, 2011) 등 여성의 신체를 통해 시대와 사회의 관습에 저항했던 이불의 ‘시작’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런 동시대성은 한편으로 낙태, 혐오, 차별 등 여성을 둘러싼 불평등과 편견이 여전히 걷히지 않은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전시는 5월 16일까지.
전시 전경 ⓒ 방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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