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혜, 'Camargue Landscape', 2020 / Image courtesy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of Art
전시 전경 ⓒ방유경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았던 아폴로 17호 승무원들은 지구를 보고 ‘푸른 유리구슬’이라 불렀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지구적 상황은 ‘푸르지’ 않다.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푸른 유리구슬의 소리: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는 전쟁, 환경오염, 기후위기, 팬데믹 등 아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인류세 시대의 불편한 장면들을 직시하게 한다. 회화, 사진, 조각, 퍼포먼스, 영상 등 전시에 참여한 다양한 장르의 작가 12명은 이 문제들을 작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끌어안고자 시도한다. 음료수병 라벨에 프린트된 자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산수화를 펼쳐보이는 김신혜, 인위적인 육종과 교배를 통해 세계로 수출되는 국산 컬러 선인장의 역사를 추적한 이소요, 불에 탄 채 잿더미가 된 화재 현장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고 그 속에서 소멸이 아닌 시작의 기운을 발견하는 안종현 등 작가들은 ‘푸른 유리구슬’이 내지른 소리를 따라가면서 일상 곳곳에서 불편한 진실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들이 기록하고 재구성한 ‘소리’의 실체는 다큐멘터리나 르포, 뉴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과 의식을 환기한다. 이쑤시개에 나무를 조각하고 털이 빠진 배트민턴 공에 비둘기 깃털을 꽂아 달아주는 행위(송수영)에서부터 극지방을 찾아가 빙하가 녹는 이상 현상을 포착하는 행위(한성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점과 거리에서 현실을 목도하고, 묵묵히 수용하는 ‘애도’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오롯이 바라보고 느끼며’ 고통의 시대를 통과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전시는 9월 5일까지.
전시 <푸른 유리구슬의 소리: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
일시: 2021. 7. 8.(목) ~ 9. 5.(일)
장소: 서울대학교미술관 전시실1-4
참여작가: 강주리, 구은정, 김신혜, 김유정, 나점수, 송수영, 안종현, 이소요, 임노식, 지알원, 한성필, 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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