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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시뮬레이션 시대와 도면의 죽음』

book 방유경 기자 2021.12.20


 

 

기술 발전 시대, 건축가의 자리를 묻다

『건축 시뮬레이션 시대와 도면의 죽음』

데이비드 로스 쉬어 지음, 이준석 옮김, 씨아이알 펴냄​

 

전통적으로 건축가는 ‘도면’을 통해 사고하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알베르티의 표현을 빌리면, “설계를 한다는 행위는 곧 도면을 그리는 일”이었고 이때 도면은 건축가의 의도를 표현하는 매체이자 시공을 위한 결과물 자체였다. 여기에는 ‘설계’와 ‘시공’의 분리가 전제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BIM이나 파라메트릭 디자인 같은 건축 시뮬레이션이 도면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저자’로서 건축가의 위상은 심각하게 도전 받았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도면의 죽음’이라 정의한다. 구조, 에너지, 비용, 법규 등 정량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성능’을 나타내는 건축 시뮬레이션은 설계 행위의 프로세스를 바꾸고 나아가 건축가의 역할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전을 단계적으로 짚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특징과 한계점을 꼼꼼히 분석한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러 ‘도면의 죽음’이 건축가의 자리를 빼앗는 상황으로 읽힐 수 있지만, 성능이나 경제적 논리를 뛰어넘는 ‘가치’ 문제, 즉 윤리적 판단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 시대가 요청하는 ‘건축’과 ‘건축가’의 역할을 건축가 스스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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