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들’, ‘오션스11’ 등 범죄 영화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침입하기 어려운 건축물의 평면도와 모형을 놓고 씨름하는 도둑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건축물에 침입할까?’, 또는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를 궁리한다. 보통 사람들이 들어가는 문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고, 문을 만들거나 새로운 길과 경로를 개척한다. 그러다 보니 건축물의 출입구와 CCTV의 위치는 물론 경비원의 동선, 탈출 가능한 경로 등 건축물을 둘러싼 모든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처럼 건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프 마노는 이런 도둑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도둑의 도시 가이드』는 이천 년 동안 이어진 건물 침입의 역사를 아우르며 기존의 건축가, 건물주, 거주민의 시각으로 바라본 건축 이야기에서 벗어나 도둑, 경찰, 건물 관리인, 보안 전문가 등 남다른 시선으로 도시의 이면을 재조명했다. 저자는 도둑이 그 누구보다 건축을 잘 이해하는 자들이라 묘사하며, 그들이 없었다면 건축물의 진짜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들이 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서의 마을, 거리, 동네가 궁금했다. 경찰과 도둑은 건축물을 어디까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싶었다”며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도둑의 도시 가이드』는 1870년대 도둑계를 주름잡았던 조지 레오니다스 레슬리를 언급한다. 미국에서 일어난 은행털이의 80%가 그의 소행이라고 추측되고 있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놀라운 연쇄 공간 범죄자였다. 그는 화려한 언변과 카리스마로 뉴욕 사교계를 휘어잡으며 설계도를 확보했고, 완벽한 도둑질을 위해 실제와 같은 건물 모형으로 모든 동선과 시간을 계획했다. 도주로를 확보하기 위해 도시의 모든 구획을 살폈고, 심지어 자신이 세운 계획을 점검하기 위해 은행에 잠입하여 아무것도 훔치지 않고 나오기도 했다. 레슬리는 저자가 말하듯 “도둑이 도시를 더 잘 이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뿐만 아니라 목표 건물에 침입하기 위해 부동산 사이트는 물론 소방 규정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던 전・현직 도둑들을 그 예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법률 조항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자료, 열정 가득한 안내를 따라 생전 가본 적 없는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게 된다. 도시를 바라볼 때 조화를 생각했던 독자라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동안 전혀 보이지 않았던 공간과 사각지대를 포착하는 눈이 생길 것이다.
한편 제프 마노는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 다수 매체에 건축, 환경, 범죄에 대한 글을 꾸준히 기고하고 있다. 건축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말하는 건축’, 즉 건축물의 기능보다 건축물이 말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그의 첫 책이었던 『빌딩블로그』는 재기발랄하면서도 다종다양한 내용을 담았다고 호평받았다. 두 번째 저서인 『도둑의 도시 가이드』 역시 독특한 시선으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재 미국 CBS와 계약을 맺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앞두고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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