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10월호 (통권 671호)
‘데이비드 치퍼필드: 형태와 물질’(2012) 스틸컷 / Screenshots from NAVER TV
9월 10일, 제1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올해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다룬 ‘데이비드 치퍼필드: 형태와 물질’(2012)이 상영됐다. 영화는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작업을 전시한 <형태와 물질>(2010, 이탈리아 피사)을 배경으로 한다. 이 전시는 단색의 선으로만 그린 외관 드로잉,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춘 건축사진 등으로 꾸려져 형태와 재료, 디테일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영화는 치퍼필드가 전시장을 거닐며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는 모습을 담는다. 그는 리버 앤드 로잉 박물관(1997)의 외관 드로잉 앞에서는 박공지붕을, 건축사진에서는 선홈통과 같은 기능적 요소를 숨긴 부분을 짚는다. 그러면서 전통적 형태를 들여오고 미니멀한 디테일로 마무리해 지역과 어울리는 모던한 건축물을 완성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주변과 과거로부터 형태를 차용한 또 다른 예로는 폴크방 미술관(2009)을 들며, BBC 스코틀랜드 본부(2007), 아메리카 컵 빌딩(2006) 등을 통해서는 형상과 행위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전유창(아주대학교 교수)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기하와 섬세 사이에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전유창은 건축 재료 모두를 흰색으로 칠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1929)의 이미지로 시작했다. 유리, 트래버틴 등이 주는 감각이 사라졌을 때, 건축물의 인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다음으로는 치퍼필드의 현대문학박물관(2006)을 소개했다. 현대문학박물관의 외피는 직사각형 기둥으로 이뤄진 열주로, 로지아를 재해석한 형태다. 외관은 회색의 콘크리트, 미색의 석회석, 노란색의 목재 재료를 조합해 열주가 주는 단순함을 보완하며, 치퍼필드 특유의 디테일로 미니멀한 느낌을 드러낸다. 전유창은 재료의 물질성, 부분과 전체의 밸런스 등을 적절히 조율하면 고전적인 열주의 언어를 들여오더라도 현대적인 인상을 가진 건축물로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
한편, 9월 17일 막을 내린 이번 영화제는 온오프라인으로 상영했던 과거 방식과 동일하게 아트하우스 모모와 네이버TV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며, 총 네 개의 섹션에서 33개의 작품을 다뤘다. 섹션은 치퍼필드와 함께 세지마 가즈요, 페터 춤토르 등 총 10명의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팀)를 조명한 ‘마스터&마스터피스’, 한옥 배경의 영화를 다룬 ‘스페셜 섹션 ‐ 한옥, 새로운 물결’, 도시와 건축의 관계 등을 탐구하는 ‘어반스케이프’, 공간 해석을 바탕으로 한 댄스 필름을 담은 ‘비욘드 ‐ 춤추는 건축’으로 구성됐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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