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10월호 (통권 671호)
‘날것의 레시피’ 건축 토크 모습 / Image courtesy of AND

로스톤(2023) ©Kyungsub Shin / covered in SPACE No. 669

메타박스(2022) ©Kyungsub Shin / covered in SPACE No. 669
지난 8월 27일, 로스톤 갤러리에서 ‘날것의 레시피’ 건축 토크가 열렸다. 정의엽(에이엔디 대표, 「SPACE(공간)」 669호 참고)의 근작 로스톤(2023), 메타박스(2022), 멜팅하우스(2022)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건축 비평가 송종열, 송하엽(중앙대학교 교수), 전유창(아주대학교 교수)의 평과 대담이 이어졌다.
정의엽은 “관습적 체계에서 벗어나고, 사용된 재료와 주변 환경에 숨기거나 감추는 것이 없는 날것”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체계를 보여줬다. 디지털화될 수 없는 날것의 형상인 돌을 언급하며 로스톤을 설명했고, 명확한 모티브에서 비롯된 설계 방식과 규칙도 부연했다. 2차원 이미지를 형상화한 3차원 구조체인 메타박스에 대해서는 설계의 결과뿐만 아니라, 구현 과정에서 비롯된 고민과 시도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송하엽은 더 이상 건축에서는 교육 이전의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며 건축가의 합리성과 날것 사이에서 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상대적 관점에서 사회적인 것과 원시적인 것을 분류한 정의엽의 경향성을 지적하며 개인적 체험과 낭만적 기억을 기반으로 한 ‘날것’에 대한 정의를 넘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단어의 이해관계에 대한 필요를 언급했다. 이에 송종열은 날것의 보편적 정의에 원시사회에 대한 몰이해가 있음을 지적했다. 문명시대 이전은 무조건적으로 교육되지 않고 무엇도 첨가되지 않은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현대사회 논리를 잣대 삼아 원시사회 나름의 논리구조를 재단해서는 안 됨을 강조했다. 또 로스톤에 나타난 돌의 형상이 시각적으로 신선한 대상임과 동시에 상업적 소재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표상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건물에 의도한 날것의 분위기가 오히려 건물의 투명함에 의해 약화됐음에 아쉬움을 남겼다.전유창은 대중적 관점에서 물성과 감각의 정의로 비평을 시작했다. 기성 건축이 예술적 열망에서 비롯된 추상적 공간과 형태를 논한다면, 정의엽의 건축은 감정으로 소통한다는 평이었다. 그러면서 건축을 요소별로 구별하고 정량화하는 기성세대의 규범을 벗어나 건축을 형용하고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는 그의 서정적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최근, 미술뿐만 아니라 건축계에서도 원시와 날것에 대한 관심이 포착되고 있다. 이번 자리에서 이뤄진 담론은 정의엽과 그의 작업에서 출발했으나 이러한 경향에 대해 여러 관점으로 해석해볼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 (라해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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