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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관계 맺으며: 〈길드는 서로들〉

exhibition 김보경 기자 2024.05.08


「SPACE(공간)」 2024년 5월호 (통권 678호) 

 

 

 

〈길드는 서로들〉 전시 전경 ⓒKim Bokyoung 

 

〈길드는 서로들〉은 서울시립미술관의 2024년 전시 의제인 ‘건축’, 기관 의제인 ‘연결’에 맞춰 기획한 전시로, 남서울미술관에서 4월 10일부터 7월 7일까지 진행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1943)에서 인용한 ‘길드는’은 이번 전시에서 건축의 본질이라고 상정한 ‘관계 맺기’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전시는 기획자가 전시를 기획하는 동안의 경험과 작가들의 작업 노트를 바탕으로 작성한 소설 형식의 글로 시작한다. 남서울미술관을 의인화해 화자로 설정한 전시글은 주제인 관계 맺기를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참여 작가 일곱 명은 회화 및 영상, 조각, 퍼포먼스, 디자인, 사운드, 설치, 건축 등 서로 다른 방식의 작업으로 건축의 관계 맺기를 풀어냈다.

고등어의 작업은 신체성과 관계에서 출발한다. 회화 연작 ‘살갗의 사건’(2015~2017)은 사회 속에서 타자와 마주하며 만들어지는 두 번째 신체를 다뤘다. ‘Dhak’(2022)는 트라우마 치료 기법인 안구 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과 천둥번개에 관한 기억을 담은 영상 작업으로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관계에 주목한다. 추가로 작가는 전시 동안 남서울미술관과 시간의 관계를 담은 신작 총 여섯 점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서지우의 ‘몸뚱이’(2022), ‘우두커니’(2022), ‘자하문’(2023)은 각각 벙커, 축대, 터널의 형태를 조합한 조각으로, 오래된 건축물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동시대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남서울미술관의 건축 구조를 귀중품을 보관하는 데 사용한 한국 고가구 ‘각게수리’에 빗댄 ‘가께수리’(2024)를 선보였다. 

김봉수는 남서울미술관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했다. 퍼포먼스 작업 ‘길들이고 길들여지고’(2024)는 신체의 무게 중심과 구조를 이용해 전시 참여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각 공간에 맞는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자매 듀오 도이재나(정도이, 정재나)는 반복적 연결 속의 관계성을 시각화한 ‘원과 원 : 마디’(2024) 시리즈를 남서울미술관의 공간에 맞게 설치해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나타냈다. 

지박은 남서울미술관의 소리를 재료로 한 4채널 사운드 작업을 선보였다. 소리는 복합적인 기억과 감정을 소환한다. 지박이 남서울미술관의 나무 마룻바닥 소리에서 파리 유학 시절 지낸 집을 떠올렸듯 ‘소리의 시선’(2024)은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안진선은 도시에서의 불안감을 건축자재를 이용한 설치 작업에 담았다. ‘도시 모형 실험’(2024)에서 시멘트, 모래, 나무, 철사, 고무판 등은 공사 현장에서 건축자재들이 서로를 지지하며 균형을 이루듯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다. 

전재우(하이퍼스팬드럴 대표)는 질서를 위해 설치되는 안내문을 문자만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건축 간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영역을 타협하게 하는 최소한의 건축적 행위라 해석한다. ‘건축물 없는 건축’을 주장하며 건축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작가 특유의 유머가 섞인 안내문 ‘양해바랍니다협조부탁드립니다불편을끼쳐죄송합니다’(2024)는 남서울미술관 앞마당에 설치돼 높은 밀도의 대도시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통제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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