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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바깥: 〈피에르 위그: 리미널〉

exhibition 김혜린 기자 2025.04.07


「SPACE(공간)」 2025년 4월호 (통권 689호) 

 

 

‘주드람 4’(2011), 수족관, 화살게, 소라게,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잠든 뮤즈’(1910)를 바탕으로 수지로 제작한 소라 껍데기 ©Kim Hyerin​

 

 

〈피에르 위그: 리미널〉 전시 전경​ ©Kim Hyerin​

 

현대미술의 거장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리움미술관에서 2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개최된다. 피에르 위그는 오랫동안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온 작가다. 여기서 비인간은 단순 동식물이 아닌,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을 뜻한다. 작가는 기계, 동물, 환경 등 다양한 비인간 존재를 작업에서 다루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최근 10여 년간 발표한 대표작 9점과 리움미술관이 제작 지원한 신작 3점 ‘리미널’(2024~현재), ‘이디엄’(2024), ‘카마타’(2024~현재)가 공개된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리미널’은 작가에 의해 ‘생각지도 못한 무엇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로 해석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서 탄생된 존재들을 다루며, 사변적 허구로 구성한 세계의 여러 형태들을 전시 공간 속에 구현해놓는다. 

 

전시는 암실로 조성한 블랙박스에서 시작된다. 블랙박스 앞에 배치된 현무암 조각 ‘에스텔라리움’(2024)은 출산 직전 임산부의 배를 캐스팅해 탄생 직전의 에너지를 담아냈다. 어둠에 점거된 공간 내부로 들어서면 비인간과 인간의 형상을 결합한 수족관 작품 ‘주드람 4’(2011)가 보인다. 수족관에는 껍질 대신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얼굴 형상 조각 ‘잠든 뮤즈’(1910)의 복제품을 매단 소라게가 서식하고 있다. 신작 ‘리미널’은 실시간 시뮬레이션 작업이다. 영상 속 구멍 뚫린 얼굴을 지닌 인간의 형상은 무한하고 평평한 표면을 따라 이동한다. 이 존재는 전시 환경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성장하며 인간 영역을 초월한 새로운 존재로서의 주체성과 목소리를 가지게 된다. 작가의 대표작인 ‘휴먼 마스크’(2014)에서는 실제 과거 후쿠시마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던 원숭이가 등장한다. 원숭이는 어린 소녀 얼굴 가면을 쓴 채 인간들이 모두 떠난 후쿠시마에서 인간의 자리를 대체한 채 과거의 행위를 반복한다. 각각의 작품을 하나의 허구적 세계로 구성해 공간성을 획득하는 것이 작가의 작업 특징이다. 

 

전시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그라운드 갤러리로 이어진다. 관객들은 순식간에 빛과 맞닿으며 ‘U움벨트 – 안리’(2018~2025)와 마주하게 된다. 스크린에서는 실재하지 않는 인물인 안리를 상상하는 사람의 뇌 활동을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가 송출되고 있다. 이 이미지는 실제 암세포로 만든 ‘암세포 변환기’(2016)를 통해 전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전시장의 곳곳에는 금색 마스크 ‘이디엄’을 쓴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이디엄’에 달린 센서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알 수 없는 음성들이 흘러나온다. 신작 ‘카마타’는 시작과 끝이 없이 전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무한히 재편집되어 송출되는 영상 작업이다. 영상에서는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견된 인간의 해골을 중심으로 로봇 팔이 장례 의식을 행하는 것처럼 반복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탄생하고, 자라나고,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상호작용하는. 진화하고, 생각하며, 애도하는. 오래도록 존재해온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며, 우리는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보아야 하나.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바깥에서 인간의 존재를 바라보며,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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