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2월호 (통권 687호)
탁영준의 ‘월요일 날 첫눈에 똑떨어졌네’(2024) 설치 전경 ©Kim Hyerin
최장원의 ‘행려자(行旅者)의 파빌리온: 일시성과 가벼움에 관하여’(2024) 설치 전경 ©Kim Hyerin
2024년 12월 17일 송은에서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이 막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송은미술대상’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작가 20인(팀)의 전시로, 대상 수상자로는 지난 1월 7일, 작가 탁영준이 선정됐다.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퀴어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 특수한 장소성이 이질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을 영상, 조각, 평면의 형태로 가시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상 수상작인 ‘월요일 날 첫눈에 똑떨어졌네’(2024)는 그의 컨템포러리 댄스 필름 연작 중 세 번째 작품으로, 첫 번째 필름 ‘사랑스런 일요일 되길 바라’(2021), 두 번째 필름 ‘목요일엔 네 정결한 발을 사랑하리’(2023)에 이은 마지막 시리즈다. 영상은 두 십대 여성이 12세기 노르웨이 중세 목조 교회를 배경으로 춤을 추는 것에서 시작한다. 두 여성은 각각 자기 부모들의 사랑 이야기를 안무로 옮기며, 언어를 몸짓으로 표현한다. 이들의 안무를 두 퀴어 남성 무용가가 이어받아 퇴역한 대형 여객기를 배경으로 듀엣 안무를 이어간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는 이들을 통해 몸짓(춤)으로 표현되고, 이런 몸짓들은 쓰임이 다해 낡아버린 목조교회와 퇴역한 여객기를 새로운 장소로 재맥락화한다. 물화되지 못한 서사가 그들의 자식을 통해, 그리고 타인을 통해, 또 영상에 담기는 작업을 통해 순차적으로 번안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들을 통해 다시 한번 재번안의 과정을 겪는다. 노르웨이 중세 목조교회의 ‘자매 종’에 얽힌 전설을 다룬 라스 뮈팅의 소설 『자매 종』(2019)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이야기가 구전되는 유기적인 구조를 안무적인 맥락에서 변주시킨다. 영상과 함께 전시된 설치작품 청동종(탁영준,‘덜렁’)은 영상이 전시된 공간의 유리창 밖 외부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부에 설치된 청동종은 공간의 경계를 흐트러트리고, 관람객들에게 내외부를 관통하는 감각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탁영준의 영상과 설치 작품을 비롯해 본심에 오른 20인(팀)의 신작이 소개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다수 선보였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증강가상(AV), 홀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모습들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이 동시대 미술에 끼친 영향과 젊은 작가들이 어떻게 현시대를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개진해나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소프트웨어를 조각의 형태로 물질화한 설치 작품이나 미래에 대한 상상을 조형으로 감각적으로 드러난 작품 등을 통해 미래에 대한 감각을 각자가 어떻게 소화해나가고 있는지도 볼 수 있었다. 건축 문법을 흐트러트린 기하학적 파빌리온(최장원, ‘행려자(行旅者)의 파빌리온: 일시성과 가벼움에 관하여’)이나, 동양화의 현대적인 재해석을 통한 병풍(진민욱, ‘봄조각’) 등 기존 장르를 전복시키고, 재해석한 작품들 또한 눈에 띄었다. 전시의 끝에서 작가 탁영준의 작품을 돌아보며, 사랑은 어떻게 재생산되고 번안되는지, 그것이 무엇을 파생시키는지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전시는 2월 24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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