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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땅을 기록하는 방식: <DMZ OPEN 전시: 언두 디엠지(UNDO DMZ)>

exhibition 김혜린 기자 2025.09.08


「SPACE(공간)」 2025년 9월호 (통권 694호) 

 

원성원의 ‘잘 다듬어진 유년’(2021/2025, 왼쪽), ‘의지를 가진 나무’(2022 / 2025, 오른쪽) 설치 전경.​ ©Kim Hyerin

 

오상민의 ‘쏘일 투 쏘울’(2024) 설치 전경. Image courtesy of Space for Contemporary Art / ©Lee Euirock 

 

지난 8월 11일  <DMZ OPEN 전시:  언두 디엠지(UNDO DMZ)>가 막을 열었다. 임진각 평화누리와 민간인 출입 통제선 내 통일촌 마을의 수매 창고, 갤러리그리브스, 문화예술공간 통에서 전개되는 이번 전시에는 양혜규, 원성원, 홍영인, 오상민, 김태동, 김준, 박준식, 래코드, 실라스 이노우에, 아드리안 괼너 등 작가 10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비무장지대(DMZ)를 기록한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평화누리의 잔디밭 사이 나란히 자리한 두 개의 풍경은 원성원의 작품 ‘의지를 가진 나무’(2022/2025)와 ‘잘 다듬어진 유년’(2021/2025)이다. 사진 이미지를 콜라주해 새로운 세계를 구현한 두 작품은 모두 척박한 환경 속에서 움트는 초록을 통해 생명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양면으로 구성된 작품의 반대편에는 원성원의 ‘황금털을 가진 멧돼지’(2010/2025)가 보인다. 한국 전통 설화와 오늘날 분단의 현실을 겹쳐 콜라주한 환상적인 풍경을 담은 이 작업에서 작가는 오래된 상처와 반복이 끊어질 미래 순간을 상상한다.

전시는 국내 가장 오래된 미군 기지 중 한 곳인 캠프그리브스 내에 위치한 갤러리그리브스에서도 진행된다. 과거 볼링장으로 쓰였던 이 공간에는 오상민의 ‘쏘일 투 쏘울’(2024)이 들어섰다. 폐기 예정이었던 아라미드 원사(방탄복 소재)를 3D 니팅 기법을 활용해 버섯 균사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지구를 보호하고 순환을 이끄는 미생물의 활동에 주목하며, 군수 물품을 자연의 형태로 치환해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홍영인은 비무장지대로 날아오는 두루미에 대한 깊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든 여덟 쌍의 두루미 발 모양의 신발을 하얀 모래 위에 설치했다. 이 작품은 ‘학의 눈밭’(2023)으로, 의인화를 통해 두루미를 익명의 집단이 아닌 개별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함께 설치된 사운드 작업 ‘우연한 낙원’(2025)은 인간의 음향을 두루미의 소리로 변환한 작업으로, 인간과 비인간, 과거와 현재, 사실과 상상이 겹치는 경계를 보여준다.

문화예술공간 통에서는 DMZ 자생식물 생태를 연구하고 이를 수집한 작업을 선보이는 박준식과 경계 지역의 사운드 채집을 통해 감시와 생태가 얽힌 풍경을 구성하는 김준의 작업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통일촌 마을 주민이 농사를 해 얻은 쌀을 보관하던 수매 창고를 정돈해 전시관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양혜규의 작품이자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디엠지 비행’(DMZ Un-Do, 2020)▼1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제목 ‘언두 디엠지’는 이 작품의 영문 제목을 차용한 것으로 ‘언두’는 흔히 ‘되돌리다’, ‘원상태로 하다’로 번역되지만, ‘열다’, ‘풀다’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DMZ를 원상태로 되돌리고, 그 안에 켜켜이 얽혀 있는 한국 현대사의 매듭을 풀어내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 밖에도 DMZ를 횡단하며 관찰한 조류 드로잉 작업을 선보이는 아드리안 괼너, 민통선 지역의 오브제와 흙을 바탕으로 미생물로 이루어진 도시적 생태 구조를 완성한 실라스 이노우에, 전쟁 유적과 별빛을 병치해 시간의 층위와 인간 문명의 흔적을 병렬하는 김태동, 폐기 예정인 텐트・군복・낙하산 등을 새로운 패션으로 재탄생시킨 패션브랜드 래코드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평화누리는 언제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갤러리그리브스는 평화곤돌라를 이용해 방문할 수 있다. 통일촌 수매 창고와 문화예술공간 통은 DMZ 평화관광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이 가능하다.​

 

1 작품 제목의 ‘비행’은 ‘飛行(날아오름)’과 ‘非行(그릇된 행위)’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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