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9월호 (통권 694호)

©Kim Bogyong

©Kim Bogyong

(위부터 아래로) 김효영의 ‘새로운 지층’ 전경, 흙다짐 공법으로 만든 벽과 지붕, 지붕 아래 팽나무가 식재된 모습 ©Kim Bogyong
7월 29일,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에 김효영(김효영건축사사무소 대표)이 설계한 파빌리온 ‘새로운 지층’이 공개됐다. 이번 작업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디자인서울 2.0」의 ‘권역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4년 송파구 가락시장 폐정수탑을 활용한 설치 작품 ‘비의 장막’에 이어 서북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사례다.
노을공원은 서울의 도시화 과정과 맞물려 극적인 변화를 겪은 장소다. 한때 난초(蘭草)와 지초(芝草)가 자생하던 난지도(蘭芝島)였으나 1978년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되며 이곳의 지형은 90m 높이의 쓰레기 언덕 두 개로 변했다. 1993년 포화 상태에 이르러 매립이 중단됐고, 1996년부터 쓰레기 매립장 안정화 사업을 통해 침출수와 매립가스를 처리하고 복토공사를 거쳐 현재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태공원의 모습이 됐다.
김효영은 이 장소성을 드러내는 재료로 흙을 선택했다. ‘새로운 지층’은 18×18m 규모의 흙지붕과 이를 받치는 일곱 개 흙벽으로 구성된다. 초록 수풀로 가득한 노을공원의 풍경 속 불쑥 솟은 지붕은 마치 땅의 일부를 잘라내 들어올린 듯한 모습으로, 쓰레기 매립지였던 땅이 사람의 노력으로 자연을 되찾은 노을공원의 조성 과정을 가시화한다. 지붕과 벽은 지층과 유사한 시간의 띠를 가지는데 이는 사람이 직접 흙을 다져 층층이 쌓아 올리면서 생겨난 흔적으로 자연의 회복에 지속적인 손길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제작 방식에 담아낸 것이기도 하다. 일곱 개 벽은 현장에서 거푸집을 세워 철골 기둥을 중심으로 흙을 감싸 쌓아 올렸고, 지붕은 프리캐스팅된 얇은 흙다짐벽을 바깥에 두른 뒤 상부를 절삭해 지면의 굴곡을 닮은 형상을 만들었다.
파빌리온 내부에는 팽나무 일곱 그루를 식재했다. 쓰레기층 위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수종으로 새롭게 자라나는 생명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요소다. 팽나무가 바닥에서부터 지붕을 관통하며 자라게 하기 위해 지붕에 원형의 개구부를 냈고, 그 내부는 붉은색으로 마감해 흙벽의 육중한 구조에 유희적인 추임새를 더했다. 파빌리온은 차양이 없는 노을공원에서 바람이 드는 쉼터가 되어줄 것이다. 방문객들은 벽 사이를 거닐며 지붕에서 흘러드는 빛과 그림자를 마주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회복된 자연의 서사를 체험하게 된다. ‘새로운 지층’은 반 시게루를 비롯한 국내외 건축가 4명이 참여한 국제지명공모를 통해 선정되었으며, 총사업비 14억 원이 투입됐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