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9월호 (통권 694호)

‘여주 고향’(1998), 캔버스에 유채, 홍콩예술박물관 소장, 우관중과 그의 가족 기증. Image courtesy of Seoul Arts Center
지난 7월 25일,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우관중(1919~2010)의 국내 첫 단독 전시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에는 홍콩예술박물관에 기증된 그의 대표작 17점을 연대기순으로 선보인다. 전통 수묵화의 감성과 서양 모더니즘의 표현 기법을 융합한 독창적 화풍을 선보이는 우관중은 초기에는 수묵화로 출발해 유화 작업까지 나아가며, 추상적 화면 속에서 구체적 삶의 풍경과 감정을 이끌어낸다.
전시는 대표작 ‘두 마리 제비’(1981)로 시작한다. 흰 벽과 검은 기와로 이루어진 중국 강남의 전통 건축을 먹선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을 연상시킨다. 이후 그려낸 ‘강남 회상’(1996)은 같은 지역을 소재로 삼되, 점·선·면을 활용해 한층 추상적인 화면을 구축한 작품이다. ‘가는 잡초’(1994) 등 다채로운 유화 작업을 전개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한 우관중은 말년에는 검은색을 중심으로 한 화면을 통해 더욱 응축된 작품 세계를 드러낸다. “인생이 충분히 쓰기 때문에 여주의 쓴맛은 더 이상 쓰지 않다”는 고백과 함께 선보인 ‘여주 고향’(1998)에서는 검은 바탕에 그려낸 흰 여주 열매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문화대혁명 시기의 경험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관중의 유작 중 하나인 ‘둥지’(2010)도 볼 수 있다. 흑과 백의 점·선·면이 얽힌 이 작품은 마지막 유작 네 점 가운데 하나로, 작품 속 선의 떨림은 서정적인 울림을 전달한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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