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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건축 컴퓨테이션: ‘말(로)하는 건축가’

seminar 이소운 기자 2025.10.06


「SPACE(공간)」 2025년 10월호 (통권 695호)

 

‘말(로)하는 건축가’ 프레젠테이션. ©Lee Sowoon 

 

워크 프로세스. Screenshot from Vimeo 

 

 

지난 8월 29일, 삶것건축사사무소(대표 양수인)에서 두 달간 진행한 AI 건축설계 실험의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열렸다. 실험의 범위는 건축설계 공모전에 설계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실제 시공 가능한 수준의 치수를 갖춘 디자인을 AI로 생성·제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실험에 사용한 AI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으로, 발표 제목인 ‘말(로)하는 건축가’는 마우스 입력에서 자연어 입력으로 디자인 행위의 인터페이스가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표를 맡은 양수인은 작업 환경의 녹화 자료를 보여주며 전체 설계 과정을 설명했다. 프로그램 다이어그램으로부터 평면 및 3D 모델링 생성을 거쳐 패널 작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모든 입력은 자연어로만 이루어졌으며, 챗GPT와 클로드가 생성한 코드를 실행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디자인 과정이 진행됐다. 설계팀은 각 실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요청했고, LLM은 공모 요강에 따라 산출된 실 관계 행렬과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아티팩트를 생성했다. 대화를 통해 설계 개념을 도출한 뒤, 개념에 맞게 대지 내 배치를 조정하라고 지시하자 LLM은 물리 엔진 기반의 시뮬레이션 인터페이스를 제안 및 구축했다. 또한 레빗 환경에서 평면을 3D화하기 위한 애드인 코드를 작성했으며,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기반 제어 매뉴얼을 스스로 학습·문서화했다. 이후 MCP를 매개로 디테일한 3D 모델링 수정이 이루어졌고, 최종적으로 AI가 생성한 조감도와 실내 렌더링 이미지, 패널 구성으로 작업이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AI의 역할은 디자인의 각 단계에서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생성하고 실행하는 것이었다. 

 

핵심은 속도와 임시성이다. 건축설계는 본질적으로 고차원의 자유도를 전제로 하므로 범용적으로 적용 가능한 온갖 종류의 매개변수 세트를 갖춘 코드를 구현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는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방식 자체에 내재한 한계다. 이러한 측면에서 LLM을 이용한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가능성은 코드 자체의 자유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특수성에 대응하는 코드를 빠르게 만들고 필요에 따라 수정·폐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최근 프롭테크 기업에서 제공하는 자동화 설계 솔루션과도 구분된다. 자동화가 반복 가능한 시뮬레이션과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LLM 기반의 접근은 맥락적이고 즉흥적 지시를 통해 매번 새롭게 소프트웨어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어지는 질의응답에서는 AI의 역할 확대에 대한 우려가 주로 제기됐다. 그러나 이 실험은 AI가 건축가의 역할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실무에서 건축가가 설계 도구를 정의하고 지휘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건축가는 여전히 각 단계마다 방향을 설정하고 설계 의도를 언어로 명확히 규정해야 하며, AI는 이를 임시적 도구로 구현하는 조력자에 가깝다. 양수인은 “평면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실제로 평면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자신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 말했는데 이는 AI가 건축설계에서 ‘자동화’의 환상을 실현하는 것이 아닌, 건축가가 본래 지닌 선호를 새로운 방식으로 매개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앞으로 AI가 만들어낼 소프트웨어들은 하나의 고정된 도구가 아닌 건축가의 언어적 사고를 반영해 수시로 생성되고 소멸하는 유동적 구조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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