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10월호 (통권 695호)

서울특별시 산악문화체험센터 시청각실에서 강연 중인 김효영. ©Lee Sowoon

새로운 지층(2025) 답사 모습. ©Park Youngtae
지난 8월 25일, 20기 「SPACE(공간)」 학생기자의 두 번째 대면 행사인 여름 워크숍이 서울특별시 산악문화체험센터와 노을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김효영(김효영건축사사무소 대표)의 강연과 그의 파빌리온 작업 새로운 지층(2025) 답사 순서로 진행됐다. 이번 강연에서 김효영은 ‘건축의 용기’(「SPACE」 655호 참고)라는 주제로 학생기자들에게 자신의 건축 세계를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아홉 가지 작업을 ‘감정이입’, ‘긍정한다는 건’, ‘건축이 기억하는 것, 건축이 말하고 싶은 것’이라는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소개했다.
김효영은 ‘감정이입’이란 “물러섬이 아닌 다가감”이며, 다가가는 건축을 위해서는 건축주뿐 아니라 건물이 놓일 장소, 용도, 그리고 사용자까지 모두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관계를 상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울산 바닷가 벽집(2015), 자람터 어린이집(2016), 혜화동 근린생활시설(2022)은 그의 감정이입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바닷가 벽집에서 그는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대지 위에 세워질 집의 내부에서 최대한 바다를 보고 싶어 한 건축주의 개인적 상황과 감정을 상상하며,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 방랑자’(1818) 속 바다를 응시하는 남성의 뒷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 영감에 따라 바다 반대쪽에 긴 벽을 세우고 바다 쪽으로는 짧은 벽들을 배열해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바다를 향하게 했다.
‘긍정한다는 건’ 김효영의 건축 전반에 깔린 태도이다. 그는 점촌 기와 올린 집(2018), 압구정 근린생활시설(2020), 문경 복터진집(2019) 세 작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생각과 형태를 긍정하는 건축을 소개했다. 그중 압구정 근린생활시설은 기존 건물의 구조를 살려 달라는 요청과 함께, 미국의 오래된 야구 경기장의 벽돌 입면과 페치카 굴뚝, 뉴욕 뒷골목의 철제 계단과 캐노피를 담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을 모두 반영한 작업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돌·철·유리·색 등 여러 요소를 결합한 제임스 스털링의 슈투트가르트 미술관(1984)처럼, 배제보다도 긍정의 문법을 통해 건축주의 이야기를 모아 압구정의 얼굴을 만들고자 했다.
김효영에게 ‘건축이 기억하는 것, 건축이 말하고 싶은 것’은 건축물의 과거의 역할을 되짚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을 전환점에서 앞으로의 모습을 고민하며 마땅히 있어야 할 건축의 형상과 태도를 그려내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에 비유한다. 동해 폐쇄석장 리모델링(2021), 인제 스마트복합쉼터 리모델링(2022), 청운동 P씨댁(2025, 「SPACE」 693호 참고), 세 개의 리모델링 작업은 건축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건축가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중 청운동 P씨댁은 벽돌 입면을 최대한 유지해 과거의 시간을 보존하고, 내부는 새로운 공간구성을 위해 철골구조로 대체하며, 금속을 통해 새로운 시간을 표현한 작업이다. 내부에는 외부의 오래된 벽돌과 병치되는 유리벽돌을 사용했다.
강연의 끝에서 그는 건축물이 놓이는 다양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또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이야말로 건축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번 강연에서 김효영은 자신만의 언어로 건축주의 요구, 장소적 맥락, 건축물의 용도 등 다양한 현실적 조건을 해석하며, 건축가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건축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드러내 보였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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