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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뒤의 건축을 상상하다: 제17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개막작 ‘제프리 바와, 장소에 깃든 천재성’

etc. 김혜린 기자 2025.10.15


「SPACE(공간)」 2025년 10월호 (통권 695호) 

 

Screenshot from NAVER TV 

 

‘제프리 바와 장소에 깃든 천재성’(2023) 스틸 이미지 중 칸달라마(위), 이나 드실바의 집(아래)​. Screenshot from NAVER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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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부터 25일까지 아시아 유일의 건축영화제인 제17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이하 SIAFF)가 진행되었다. 이번 SIAFF에서는 아시아 건축을 집중 조명하는 22개국 33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건축본색’을 주제로 기후위기, 공동체, 지역성, 공공성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과제에 대한 시선을 나누었다. 개막작인 ‘제프리 바와, 장소에 깃든 천재성’(2023)은 스리랑카의 대표 건축가인 제프리 바와(1919~2003)의 생애와 그의 대표작 다섯 편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로, 그의 건축이 스리랑카인의 삶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며 시작된다. 

 

바와는 1960년대 초부터 모더니즘 건축에 현지 기후에 적합한 박공지붕과 주랑, 중정을 도입하고, 지역 재료를 적극 활용하며 트로피컬 모더니즘을 선도했다. 또한 화가이자 조각가 라키 세나나야케, 섬유예술의 선구자 바버라 산소니, 바틱 예술가 이나 드실바와 협업하며 건축을 예술적 공간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동시에 그는 20세기 초 친환경 건축의 개척자였다. 영화는 그의 초기작 이나 드실바의 집(1962)부터 경험하는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당대 예술가들과 협업한 호텔 라이트하우스(1997), 자연을 건축 속으로 끌어들여 안팎의 경계를 허문 생태호텔 칸달라마(1994), 벽과 문, 창문을 모두 없애 마치 파빌리온처럼 순수한 건축의 형태를 구현한 주택 레드 클리프(1998), 그가 거주하며 그의 작품의 실험장이 된 주택 겸 정원 프로젝트 루누강가(1948~2003)로 이어지며 장소가 지닌 혼을 이끌어내는 바와의 건축 세계를 보여준다.

 

인상적인 점은, 당시 환경 단체나 종교 단체와의 갈등 속에 원시림 안에 지은 칸달라마가 세계 최초로 친환경 건축물 인증인 리드(LEED)를 획득했다는 사실이다. 칸달라마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암벽에 자리한 이 건물은 거대한 기둥 위에 세워져 산에서 호수로 물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했으며, 부지 내 우물에서 물을 끌어올리고 폐수를 정화·재활용한 뒤 남은 물을 칸달라마 대수층으로 되돌려 외부 공공시설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급적인 수자원 활용과 하수 처리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건물이 놓인 거대한 바위는 건물 전체를 자연스럽게 냉각시켜 냉방 에너지를 줄일 수 있게 한다. 준공 초기 막사나 정글 속 아파트 같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그는 시간이 흐르며 건물이 스스로 변모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바와가 꿈꾼 것은 고대 문명의 흔적처럼 세월의 시험을 견뎌낼 건축이었다. 실제로 현재의 칸달라마는 건물 외벽 전체가 나무와 덩굴로 뒤덮인 자연을 위한 무대로 변모했다. 바와는 “이 호텔이 완성되는 날은 표범이 복도를 거닐고 곰이 객실 안에 거주할 때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원시 자연에 건축을 짓거나 루누강가 사례처럼 산을 깎아 전경을 드러내는 행위는 입지적 측면에서만 판단한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소의 가능성을 보고, 자연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그대로의 자연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여 자연과의 교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바와의 건축은 단순 미적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의 측면에서 시사점을 준다. 바와는 백 년, 이백 년 뒤 자신의 건축과 자연의 안팎 경계가 사라진 장면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미래의 건축을 상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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