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8월호 (통권 693호)

공동 예술감독 김아연(왼쪽)과 존 홍(오른쪽). Image courtesy of Suseong-gu Office

참여작가 11명, 공동예술감독, 조직위원장이 함께한 토론 현장. Image courtesy of Suseong-gu Office
7월 9일, 호텔 수성 피오니홀에서 2026 수성국제비엔날레 프리비엔날레가 진행됐다. 건축과 조경 분야를 아우르는 수성국제비엔날레는 1회차와 마찬가지로 건축과 조경 분야에서 각각 1명씩 공동 예술감독을 선정했다. 공동 예술감독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과 존 홍(서울대학교 교수)은 ‘리빙 그라운드(Living Ground)’를 주제로 내세웠다. 첫 번째 비엔날레의 주제는 ‘관계성의 들판(Relational Field)’으로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주는 장이자 구체적인 실천의 현장으로서의 대지를 강조한 바 있다. 2회차에서는 이를 이어받아 건축과 조경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대지를 내세우면서도, 수동적인 무기물이 아닌 생태계를 조직하는 살아 움직이는 주체로 바라보고자 한다.
수성국제비엔날레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도시 공간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실행 중심’의 비엔날레라는 것이다. 다가오는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진밭골 목재친화도시, 연호지구 소규모 갤러리, 들안예술마을 예술 공원, 내관지 숲속 광장 화장실 그리고 수성파빌리온(옥수지 파빌리온)을 짓기 위한 초청 공모가 진행 중이다.
다만 ‘실행 중심’의 비엔날레인 만큼 예술감독이 내세운 주제를 구현하는 것은 전적으로 각 프로젝트를 설계할 건축가와 조경가에게 달려 있다. 이에 프리비엔날레에서 각 공모 참여작가들이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듣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조남호(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살림살이’라는 말은 이 땅에서 다른 생명을 번성하게 하고 스스로가 살아가는 일은 물론 삶을 지탱하기 위한 경제활동 전반을 일컫는다며, ‘리빙 그라운드’를 도구화되어 훼손되고 이용되어온 대지를 치유하고 넘어서는 살림살이의 철학이라 해석했다.
탕즈잉(Z+T 스튜디오 공동대표)은 ‘리빙 그라운드, 녹색 그 이상’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핵심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가상공간에 더 오래 머무르지만, 본능적으로 다른 생명체와 연결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명체가 가득한 땅에서 땅과 함께 살아갈 때에야 행복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조경가로서 그는 사람들을 쾌적한 실내에서 진흙과 모기가 있는 바깥으로 이끌고자 한다고 전했다.
구마 겐고를 대신해 참석한 하위준(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 코리아 디렉터)은 ‘리빙 그라운드’를 큰 목적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했다. 청계천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신촌 거리에서 버스킹을 즐기고, 공원에서 체스를 두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발표 이미지는 초록빛이 가득한 자연만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든 곳이 ‘리빙 그라운드’임을 보여준다.
프리비엔날레에 참석한 참여작가 11명 모두가 발표를 마친 후 참여작가, 예술감독, 조직위원장이 함께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 마틴 레인-카노(토포텍1 대표)는 무엇보다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자연을 낭만화하고 대상화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을 마구잡이로 착취하는 것이나 그렇게 착취당한 자연을 보고 시혜적인 태도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자연을 대상화하고 낭만화하는 태도라며,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아직 신축 위주의 전형적 국제설계공모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비엔날레만을 위해 따로 설립된 재단이 아닌 수성구와 수성문화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구조는 공공 건축에서 더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수성국제비엔날레는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며,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계속해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보자. 본 비엔날레는 2026년 10월 개최 예정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