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8월호 (통권 693호)

2025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 홍콩 파빌리온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London Design Biennale
지난 6월 5일부터 6월 29일까지 3주간 영국 서머셋 하우스에서 2025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가 진행됐다. 2016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올해로 5회째인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디자인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대안 방식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국가, 도시, 기관, 지역, 개인, 초국적 집단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인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사무엘 로스(SR_A SR_A 대표)는 올해 주제인 ‘표면의 반영(Surface Reflections)’을 통해 내적 경험과 외부 환경이 어떻게 디자인 아이디어에 영감을 주는지를 탐구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전시는 ‘인간 중심 디자인: 시지각적 공간’을 주제로 한 홍콩 파빌리온이다. 홍콩 폴리텍대학교 디자인스쿨이 주관한 이번 홍콩 파빌리온의 큐레이터 및 프로젝트 매니저, 디자이너를 맡은 최희선(홍콩 폴리텍대학교 교수)은 디자이너 유카호와 어시스턴트 디자이너 호홍춘, 차우톰과 함께 도시 공간 속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입체화해 몰입형 예술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는 공간을 경험하는 사용자의 감정적·인지적 반응을 바탕으로 생활 및 업무 공간의 질을 평가하는 연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번 전시는 단순 미학적인 관점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보다 인간 중심적인 공간 설계에 기여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다양한 감정과 연관된 인지 패턴을 분석하고 시지각화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움직임, 거리나 깊이를 인식하는 방식, 공간 내비게이션 방식이 눈에 보이도록 드러나는데, 이러한 정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보다 인간 중심적 공간으로 설계하기 위한 주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사용된 연구 데이터는 최희선의 최근 연구▼1를 기반으로 한다. 도시의 인식과 인지, 도시 형태론, 장소 정체성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는 그는 홍콩의 가파른 지형과 극도로 고밀화된 도시 구조가 어떻게 지붕이 있는 보행로, 고가 다리, 넓은 로비 내부와 같은 하이브리드 공공 공간의 형성을 촉진했는지 분석한다. 이러한 공공 공간들은 도시 전역을 연결하며, 보행자의 흐름이 단절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최희선은 나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환경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사회심리적 요인을 탐구하고자 매개 변수를 달리한 14개 장소의 가상 장면 268개를 생성했다. 총 360명의 참가자가 VR로 가상 장면들을 체험하는 동안 기계장치를 이용해 뇌 활동을 측정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총 8,628개의 순간별 감정 평가 데이터가 수집됐다. 각 비디오 프레임은 수집된 뇌파 데이터의 타임스탬프를 바탕으로 놀라움, 재미, 기쁨, 좌절, 우울, 불쾌감 중 하나의 감정으로 분류됐고, 위치 및 설계 변수 또한 함께 기록된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셋이 구축됐다. 이 다중 모달 자원은 특정 건축적 특성이 어떤 감정을 일관되게 유발하는지를 밝혀주며, 홍콩의 하이브리드 공공 공간이 원활한 이동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 경험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5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 홍콩 파빌리온 전시 전경. ©Choi Heesun

2025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 홍콩 파빌리온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London Design Biennale
앞선 연구에서 생성된 감정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전시는 ‘감정이 층층이 쌓인’ 환경을 구성하여 관람객을 홍콩의 도시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역동적인 행로로 이끈다. 벽과 바닥 4면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영상은 홍콩의 고층 건축물의 유형을 볼륨과 수직 공간으로 나누어 도시에서의 공간 인지와 감정 경험을 재구성한 것이다. 관람객은 수직으로 쌓인 방, 경사로, 테라스를 이동하며, 밀도, 높이, 폐쇄감의 특정 조합에 맞춰 조율된 시뮬레이션 장면을 마주하게 되며, 이 장면들은 조명, 사운드, 촉각 요소들과 결합된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연구에서 기록된 감정(높은 아트리움에서의 경외감, 활기찬 보행로에서의 즐거움, 좁은 복도에서의 긴장감, 고지대 열린 데크에서의 평온함)을 직접 체감하게 된다. 이처럼 전시는 추상적인 데이터를 감각적인 경험으로 전환시켜, 특정 공간 조건이 감정 인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관람객 스스로가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관람객들의 공간인지와 감정을 전시에 반영하고자 파빌리온 입구에 홀로그램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관람객들의 감정을 시각적 형태로 구현했다. 전시 기간 동안 MUSE(EEG 헤드셋 장치)를 활용해 전시관 내에서 관람객의 실시간 감정 상태를 측정 및 수집했으며, 수집된 데이터는 홀로그램을 통해 그래프 형태로 구현되어 전시에 반영됐다. 한편, 홍콩 파빌리온은 “더 인간적인 도시 거주 환경을 형성하는 디자인의 진화를 탐구하며, 도시 내 돌봄, 공존, 정서적 연결에 중점”을 둔 디자인이라는 평을 받으며, 관객 투표상에서 2위를 수상했다. 신경과학적 관점을 도시 공간 설계에 반영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번 전시는 좋은 공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도시는 인간의 감각과 감정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가?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해야 마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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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EOM: The Line Project, Saudi Arabia International Research-Based Consultant Work (AWARD). 2022 – 2023. PI.
Choi Hee Sun, Bruyns G, Zhang W, Cheng T, Sharma S., ‘Spatial Cognition and Three-Dimensional Vertical Urban Design Guidelines—Cognitive Measurement and Modelling for Human Centre Design’, Urban Science 7. 4 (2023), p. 125.
Choi Hee Sun, Bruyns, G., Cheng, T., Zhang, W., & Sharma, S., ‘Human cognition and emotions for human-centred design in vertical interior urban spaces’, Journal of Urban Design, 30. 1 (2024), pp. 114 – 137.

2025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 홍콩 파빌리온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London Design Biennale

2025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 홍콩 파빌리온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London Design Bienn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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