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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을 통한 매일의 의례, 감각을 깨우다: 〈집, 옷을 입다〉

exhibition 김보경 기자 2025.11.19


「SPACE(공간)」 2025년 11월호 (통권 696호) 

 

폴란드의 직물 활용을 보여주는 섹션, ‘계절의 조율’ 전시 전경 ©Bang Yukyung 

 

이번 전시는 2021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의 폴란드관 전시로 기획된 후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을 거쳐 서울공예박물관과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의 공동 개최로 한국에 소개됐다. 현대의 건축이 점점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 외부 기후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 날씨, 계절과 우리의 생체 리듬이 공명할 수 있게 하는 ‘시간생물학적 건축’을 지향한다. 추운 겨울 지붕 위로 빠져나가는 열기를 차단하기 위해 천장 아래 깃털 이불을 매달고, 여름이 오면 이불을 걷고 가벼운 여름 블라인드를 거는 행위들은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자연의 변화를 인식하게 해주는 작은 의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집, 옷을 입다〉는 이처럼 집을 입히거나 벗기는 과정이 계절의 변화를 기념하고, 감각을 깨우는 일종의 의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폴란드의 ‘12계절’, 한국의 ‘24절기’라는 서로 다른 계절 감각을 바탕으로 두 국가의 건축에서의 직물 활용을 비교한다.

서울공예박물관 전시 1동 입구로 들어서면 관람자는 폴란드의 12계절이 순환하는 흐름 속으로 들어서게 되고, 그 안에서 중유럽 특유의 계절 주기에 맞춘 건축용 직물들 사이를 거닐게 된다. 전시 1동을 나서면 안내동 1층에 장영철(와이즈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이 설계·제작한 세 칸 한옥 ‘필정(疋亭)’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호와 지붕에는 고소미의 한지·삼베 작품이, 방에는 한복의 바대를 응용해 제작한 김영은의 휘장과 온누비의 누비이불과 무렴자가 놓여, 24절기라는 섬세한 계절 변화에 대응하는 한옥과 직물의 유기적 관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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