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월호 (통권 698호)

‘2000: 건축가 이타미 준 그리고 유이화’ 전시 전경. Images courtesy of ITAMI JUN Architecture & Culture Foundation

‘1990–1970: 건축가 이타미 준’ 전시 전경. Images courtesy of ITAMI JUN Architecture & Culture Foundation
지난 12월 6일, 한남동 FEZH(2024)에서 〈바람의 건축: 이타미 준과 유이화의 바람이 남긴 호흡〉 전이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이타미 준과 유이화(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동시에 조명하는 첫 기획인 만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며, 이는 유이화가 설계한 FEZH의 유기적인 동선과 맞물린다.
첫 번째 테마 ‘2020: 건축가 유이화’는 갤러리 1층 한편에 마련되어 있다. 건축 모형, 드로잉, 스케치, 영상을 매체로 유이화의 대표작 유동룡미술관(2022, 「SPACE(공간)」 665호 참고), FEZH, 시호재(2023, 「SPACE」 674호 참고), 하늘소리(2023, 「SPACE」 674호 참고)를 선보이며, 그의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조명한다. 곳곳에는 갤러리를 가르며 나부끼는 천이 걸려 있어 ‘바람의 건축’을 시각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에 발췌된 장용순(홍익대학교 교수)의 “이타미 준이 도달한 공간의 울림과 진동을 유이화는 흐름으로 변형시킨다”는 해석이 눈길을 끈다.(「SPACE」 674호 FRAME 참고) 이처럼 첫 번째 테마는 이타미 준의 유산이 유이화의 손끝에서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집중해서 보여준다.
이어지는 두 번째 테마 ‘2000: 건축가 이타미 준 그리고 유이화’는 이타미 준과 유이화가 부녀이자 선후배로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2000년대를 다룬다. 수·풍·석 미술관(2006, 「SPACE」 458호 참고), 방주교회(2009) 등 이타미 준의 제주 대표작과 평창동의 오보에힐스(2010), 경주 엑스포 공모작(2004) 등 국내 다양한 지역에 자리 잡은 프로젝트들이 그것이다. 또한 두 번째 테마는 1층과 2층에 걸쳐 있어 두 건축가의 어록이 새겨진 계단을 오르게 된다. 유이화의 건축이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과 맞닿아 있으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1990–1970: 건축가 이타미 준’은 그를 상징하는 ‘먹’, ‘그림자’처럼 앞선 공간과 대조되는 블랙박스로 연출됐다.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 남들이 화려한 대리석을 사용할 때에도 그는 재료의 색을 어둡게 통일했다. 각 소재들이 자연광을 만났을 때 각기 다른 모습을 드러냄을 의도한 것이다. 포도호텔(2001), 먹의 암(1998), 여백의 집 Ⅱ(1981), 먹의 집(1975), 어머니의 집(1971) 등 이타미 준이 초기에 했던 작업의 드로잉을 따라 걷다 뒤를 돌면, 해당 건축물의 사진을 마주하게 된다. 공간 곳곳에 걸린 천에 진행 방향을 따라서는 드로잉이, 반대편에는 건축물 사진이 걸려 있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건축가의 구상이 현실화되는 건축의 과정을 은유한 것 같다. 건축 작업에 더해 선보이는 이타미 준이 생전에 촬영한 필름, 미술 작업, 의자 시리즈는 그가 경력 초기 모노하 예술가들을 비롯해 얼마나 다양한 이들과 교류를 했는지, 이를 통해 어떻게 본질을 탐구하며 그만의 오리지낼리티를 형성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정다운(기린그림 공동대표)의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2019)를 활용한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는 영상실을 지나 마지막으로 4층 영상실의 네 번째 테마 ‘시간을 넘어: 바람의 건축’에 다다르면, 수·풍·석 미술관의 풍경과 소리가 원형의 공간에 상영되고 있어, 이타미 준에서 유이화로 이어진 ‘바람의 건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2026년 1월 18일까지.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