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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의 생태적 전환: 〈조안 조나스: 인간 너머의 세계〉

exhibition 이소운 기자 2026.03.18


「SPACE(공간)」 2026년 3월호 (통권 700호) 

 

‘시내, 강, 비행, 패턴 III’(2016~2017) 설치 전경​ ©Lee Sowoon

 

‘빈 방’(2025) 설치 전경​ ©Lee Sowoon​

 

 

제8회 백남준 예술상 수상작가전 〈조안 조나스: 인간 너머의 세계〉가 2025년 11월 20일부터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조안 조나스는 1960년대 후반부터 퍼포먼스를 매개로 비디오, 사운드, 오브제를 중첩시키며 지각을 형성하는 조건들을 하나의 상황으로 조직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2000년대 들어 그는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학적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후 작업들은 인간과 지구 타자(earthothers)의 공생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체 기반 형식 실험이 어떻게 생태적 감수성으로 전환되어왔는지에 주목하며, 전시장 입구에 나란히 배치된 서로 다른 두 시기의 작품은 이러한 전시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일찍이 그는 자연의 힘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두었는데 초기작 ‘바람’(1968)이 해변에서 퍼포머의 움직임을 바람에 맡김으로써 우연성과 매체 실험을 전면에 내세운 작업이었다면, 그로부터 50여 년 뒤 ‘강으로부터 심해의 평원으로’(2021)는 자연의 리듬을 몸짓과 드로잉으로 따라가며 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순환을 암시한다. 

전시는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움직임이 곧바로 화면에 반영되는 비디오 카메라의 특성을 바탕으로 전개된 1960, 1970년대의 선구적 작업들을 다룬다. ‘오개닉 허니의 비주얼 텔레파시’(1972)에서 작가는 가면을 쓴 또 다른 자아 ‘오개닉 허니’를 통해 비디오 카메라의 시선으로 현실과 재현된 이미지의 간극을 드러내며, ‘버티컬 롤’(1972)에서는 화면을 가로지르는 노이즈로 작가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분절시킴으로써 관객의 인식을 교란시키고 여성의 신체 이미지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고자 했다.

두 번째 섹션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인간 중심 서사를 벗어나 생태적 내러티브를 구축한 작가의 실험에 주목한다. 그는 뉴욕 바깥을 여행하면서 각 나라의 문학과 신화, 동물과 자연, 전통 예술 등 폭넓은 영감을 수집하는데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시내, 강, 비행, 패턴 III’(2016~2017)은 여행 중 마주한 풍경과 사물, 동물의 흔적들을 모아 비디오, 드로잉, 오브제로 엮어낸 설치 작품이다. 편집된 비디오 속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식 모자이크와 제노바의 묘지, 싱가포르의 새 보호구역, 베트남의 의례와 공예 등 서로 다른 문화와 장소의 기억이 한 화면에서 중첩되고, ‘새’의 모습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서로 연결되며 작품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최근작을 전시하는 3부는 작가의 시각적 어휘들이 반복·변주되어온 결실을 보여준다. ‘소리 만지기’(2024)는 몰입적인 시청각 환경을 유도하는 목조 구조물 속에서 3채널 비디오를 들여다보는 비디오 조각으로, 해양 생물의 이미지와 퍼포먼스 드로잉, 낭독과 호흡을 엮어 하나의 생태적 서사를 구축한다. 주제적으로는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바다와 생명, 인간과 지구 타자들의 공생을 함축하며, 형식적으로는 퍼포먼스·비디오·오브제를 결합해 다층적 감각을 유도하는 작가 특유의 전략을 드러낸다. ‘빈 방’(2025) 역시 복수의 매체가 교차하는 대규모 설치작으로, 가벼운 조각을 허공에 띄우고 앙상한 나무 드로잉을 한쪽 벽면에 채워 누군가 사라진 ‘빈 방’의 감각을 표현했고, 이를 소녀들의 그림자 영상과 피아노 사운드와 병치함으로써 신체 없는 장면을 구성했다. 비어 있는 공간을 통해 생명이 저물고 소생하는 자연의 순환을 떠올리게 한다.

조안 조나스의 전 생애에 걸쳐 존재하는 생태적 감수성과 비디오 퍼포먼스 실험의 주제적·형식적 연결을 그려낸 이번 전시는 3월 29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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