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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만화의 교차: 〈다이얼로그 04: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아〉

exhibition 김혜린 기자 2026.01.23


「SPACE(공간)」 2026년 1월호 (통권 698호) 

 

<다이얼로그 04: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아> 전시 전경 ©Kim Hyerin 

 

전시에 설치된 쿠로다의 만화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아』(2025) ©Kim Hyerin 

 

지난 2025년 11월 7일부터 21일까지 서울대학교 제1파워플랜트(68동)에서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의 기획 전시 〈다이얼로그 04: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아〉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에서 건축사사무소 푸하하하 프렌즈(이하 푸하하하)와 만화 동인 쿠로다(黒田)는 건축과 만화를 새롭게 읽기를 제안한다.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면, 푸하하하가 고안한 48개의 특수한 가설 벽체가 유선형으로 설치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어두운 공간에서 유선형의 동선을 따라 걸으며 각각의 벽체 중앙에 삽입된 만화를 감상하게 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쿠로다는 숲을 주제로 소녀와 소년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아』를 그려냈다. 만화는 괴물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숲에 소녀가 들어서며 시작된다. 그 숲에서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괴물로 보이는) 소년을 발견한 소녀는 동시에 자신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그림자와 주인공이 잃어버린(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 헤매임 사이에 형성된 서사적 공백은 관람객을 의문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 의문을 따라가다 보면 벽체 중앙에 자리한 마치 빈 페이지와도 같은 창문을 마주하게 된다. 창문의 내부에는 어두운 그림자 공간만이 자리하며, 서사의 공백을 더욱 증폭시킨다. 전시 전반의 매체로 사용된 벽체는 푸하하하가 이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선보였던 전시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2023)의 건축적 설치 작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해당 작업은 미로 속을 탐색하는 경험을 의도한 것이었다. 푸하하하는 이전 전시에서는 얇은 PE 재질을 사용해 빛이 투과되게 하여 벽 너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벽을 훨씬 두껍게 구현하고, 모든 벽마다 창문을 만든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벽 중앙에 배치된 창문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내부에 위치한 이들에게 창문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얼굴이 더 또렷이 인식되도록 했다. 이런 장치는 쿠로다의 만화 전반에 나타나는 ‘훔쳐보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벽 한가운데 붙은 작은 그림은 벽이라는 건축 요소를 마치 커다란 액자처럼 만들어주기도 한다. 

동선을 따라 마지막에 도달하게 되는 유선형의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인 공간은 서커스 천막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벽체와 연결된 검은 HDPE 라셀 차광망을 통해 서커스 천막의 형태가 구현되었다. 쿠로다와의 지속적인 의견 교환을 바탕으로 발전한 이 공간은 서커스 천막의 내부가 꿈과 상상의 세계라는 발상에서 착안해 관람객이 만화를 읽으며 점차 상상의 천막 속으로 빠져들도록 유도한다. 이 공간에는 만화책을 비치해, 관람객들이 읽을 수 있게 했다. 이때 책 위로 드리우는 그림자는 만화책의 스크리닝 기법을 연상시키도록 의도한 것으로, 관람객이 서 있는 공간과 그림자 또한 만화의 배경색으로 되도록 느껴지게 연출했다. 

쿠로다와 푸하하하는 이번 전시를 위해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팅하며, 만화와 건축의 교차점을 탐색했다.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모티브인 ‘그림자’는 만화를 어떻게 공간화할지 논의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로, 만화의 주요 소재가 되는 동시에 다시 공간을 구현하는 핵심 아이디어로 환원되었다. 또한 48개의 특수한 가설 벽체 설치물은 만화의 리듬과 페이지 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서로 다른 두 장르의 충돌과 융합 속에서 전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감각하고, 읽고, 상상하는 새로운 방식의 경험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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