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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하는 미래에 관한 전기의 서(書): 〈일렉트릭 쇼크〉

exhibition 김혜린 기자 2026.02.11


「SPACE(공간)」 2026년 2월호 (통권 699호) 

 

교각들의 ‘밤 보다 무서운 밤’(2025) 설치 전경​ ©Kim Hyerin

 

〈일렉트릭 쇼크〉 전시 전경, 앞의 작품은 송예환의 ‘전기의 소수자들’(2025)과 ‘월풀’(2025)​ ©Kim Hyerin​

 

 

전기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티스트 5인(팀) 교각들, 김우진, 박예나, 송예환, 업체의 전시 〈일렉트릭 쇼크〉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지난 12월 4일 막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기술과 환경의 관계를 현재의 시점에서 조망하는 1부 ‘전기,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부터 전기 공급이 중단된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2부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까지 전기를 주제로 오늘날 실제 벌어지고 있는 기술과 환경의 첨예한 관계를 추적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아티스트 콜렉티브 교각들의 MR(Mixed Reality)을 활용한 신작 ‘밤보다 무서운 밤’(2025)과 인터랙티브 리얼타임 시뮬레이션 작품 ‘미소녀는 수육受肉하지 않는다’(2024~2025)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흰 커튼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흰 침대들, 바닥에 쌓인 베개와 금색 가발이 부착된 MR 기기, 그리고 이를 착용한 마네킹의 상체로 꾸려진 ‘밤보다 무서운 밤’이 보인다. 관람객이 침대에 앉아 MR 기기를 쓰면, 실제 전시 공간 위로 미소녀 캐릭터 티(TEE)들의 잠옷파티가 펼쳐진다. 티들은 공간을 떠돌고 춤을 추며 관람객에게 의미심장한 대사를 건넨다. 티들이 잠에 빠져들면 잠옷 파티는 반복적으로 중단되고, 관람객들은 안내에 따라 손가락을 들어 전류를 발생시켜 방전된 티들을 깨우게 된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관람객의 개입을 통해서만 작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티들은 전자 기기 자체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종말을 연상시키는 장면 속에서 티들은 결국 잠(방전상태)에 빠지는 결말로 향하지만, MR 기기를 착용하는 순간, 우리가 착취하고 의존해온 티(전자 기기)는 다시 깨어나 춤추고 노래한다. 한편 전시의 마지막에 선보이는 교각들의 전작인 ‘미소녀는 수육 受肉하지 않는다’는 사용자가 더 이상 접속하지 않는, AI 챗봇만이 남아 있는 VR(Virtual Reality) 챗 서버를 배경으로 미소녀 아바타 티의 몸을 빌려 진행하는 게임이다. 작가는 커뮤니티 안에서 미소녀 아바타의 사용 방식과 그것을 소비하는 사회의 이중적인 욕망에 주목해 섹슈얼리티와 젠더 친밀성의 표현이 혼합되는 공간이자 통로로 미소녀를 인식하고, 그 신체를 매개로 한 전복을 시도한다. 

송예환의 신작 ‘전기의 소수자들’(2025) 또한 눈에 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필터 버블▼1의 폐쇄적 구조를 형상화한 작품인 ‘월풀’(2025)과 함께 설치된 이 작업은 전력과 기술로부터 배제된 존재들을 조명한다. 조명 아래 배치된 태양전지의 위치에 따라 공급받는 전력양이 달라지며 LCD 화면의 작동이 달라지는 구조는 전기 사용의 불균등성을 드러내며, 인터넷 사용이 안정적인 전력을 전제로 한 특권임을 지적한다. 분할된 LCD화면을 통해서는 태양광 패널 재킷을 착용하고 도심을 돌아다니며 전력을 직접 충전하는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이 투사되는데, 이는 전기를 대량 소비하는 미디어아트가 오늘날 전기를 둘러싼 문제들에 무감각하게 반응해온 것에 대한 자기반성을 담은 작품이다. 

이 밖에도 개인적 서사를 시작으로 디지털 전환 속 사라져가는 언어와 지역 소멸의 이야기를 담은 김우진의 ‘유령과 바다, 그리고 뫼비우스’(2022), 전기 공급이 끊긴 이후에도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해 반응하는 공간을 재현해낸 박예나의 ‘오시아 오르간’(2025), 화석연료가 모두 소진된 포스트 석유 시대에 새롭게 탄생한 신인류 롤라의 이야기를 담은 업체의 ‘롤라 롤즈’(2024)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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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터 버블은 인터넷 환경 내 추천 시스템, 알고리즘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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