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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합에 깃든 태도: 〈접합부들〉

exhibition 이소운 기자 2026.06.09


「SPACE(공간)」 2026년 6월호 (통권 703호) 

 

단순하게 말하자면 건물은 접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바닥, 기둥, 벽, 계단, 멀리언, 조명 등 수많은 요소들은 특정한 재료와 형태를 부여받고, 나사와 볼트, 맞춤과 조립을 거쳐 하나의 입체로 결합된다. 건축에서 접합부는 필연적이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고 드러나거나 감춰지는지는 매번 다른 판단의 결과다.

윤현상재 스페이스 비이  3층에서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26일까지 진행된 전시 〈접합부들〉은 실제 구현된 접합부의 모양 너머 감춰진 선택의 과정을 되짚는다. 전시에 참여한 9팀의 건축가와 디자이너에게 접합부는 단순히 하중을 전달하고 부재를 고정하는 기술적 장치를 넘어, 건축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나는 자리로 확장된다. ​ 

 

〈접합부들〉 전시 전경 ©Lee Sowoon 

 

작가마다 접합에 대한 태도는 서로 상이한데 첫째로 접합부를 설계의 내적 논리로 이해하는 관점이 있다. 이들은 부재와 부재가 만나는 방식을 언어로 삼아 전체를 조직하며 명료한 접합부를 통해 구조적 일관성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태도가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난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의 현대모터그룹 UX 스튜디오 서울(2025)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접합을 탐구한 작업이다. 구조 역할을 하는 심재와 마감과의 결착을 위한 압출재의 조합으로 1m 단위의 그리드를 만들었고 그 체계 속에서 다양한 공간을 구성했다. 여기서 접합은 해체를 전제한 것으로서 고정된 상태가 아닌 가변적 상태를 지향하며, 이를 통해 공간의 기능적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유사한 태도로 씨오엠은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발전시켜온 문, 난간, 조명, 파티션 등 가구 스케일의 접합 시스템을 상세도로 정리했다. 나사와 볼트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이 시스템은 조립, 해체, 변경이 자유로운 설계 언어로서의 접합을 보여준다.

 

앞선 사례들이 반복 적용 가능한 시스템이라면 삶것건축사사무소는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대응한 특수해로서의 접합을 보여준다. 1970년대 건물의 기존 콘크리트와 신설 철골 및 목구조의 물성을 선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해 멀리언 없는 커튼월 접합을 택했고, 철골 기둥을 최소한으로 접합해 불필요한 구조 보강을 줄였다. SGHS 설계회사는 대전 추모공원 프로젝트(진행중)에서 예산 문제로 가장 먼저 유보되거나 삭제된 부분을 접합 디테일에 비유해 다시 꺼내 보였다. 

 

서재원의 ‘비천한 연금술’ ©Lee Sowoon 

 

한편 접합부를 명료한 질서로 환원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있다. 김효영과 사진작가 김보경은 나무와 금속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맞물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들은 계획된 매끈한 결합보다 서로 다른 물성이 충돌하는 순간에 주목해, 깨지고 녹아내리며 형태가 변형되면서도 어긋난 상태 그대로 유지되는 접합의 장면을 보여준다. 서재원은 용접 슬래그를 모아 ‘비천한 연금술’이라 이름 붙였다. 이는 표면을 매끄럽게 마감하기 위해 제거되는 물질로, 그 아래에는 용접 자국과 다듬어지기 전의 표면이 남아 있다. 함께 놓인 용접 부위의 확대 사진은 접합이 매끄러운 마감 아래 감춰지기 이전의 물질적 상태를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그밖에 만물상과 심주용은 오브제 스케일의 제작 과정에서 접합의 가능성을 탐구했고, 다이아거날 써츠는 관람객이 직접 앉아볼 수 있는 가구를 통해 신체적 경험 속에서 접합의 의미를 살폈다.전시에 놓인 아홉 개의 접합부는 작가의 고유한 작업 태도를 드러내며, 접합이 단순한 디테일을 넘어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조직하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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