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6월호 (통권 703호)
디자인 스튜디오 콤파니는 스스로를 탐정 사무소라 부른다. 한국인 아무 송과 핀란드인 요한 올린으로 구성된 이 듀오는 지난 20여 년간 러시아, 멕시코, 일본, 페루, 파키스탄, 미국, 인도, 한국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현지 장인들과 협업해왔다. 낯선 장소에서 마음에 걸리는 사물을 발견하고, 그것을 만든 사람을 찾아가 함께 머물며 새로운 물건을 의뢰한다. 그렇게 이어온 작업이 ‘시크릿 프로젝트’다. 피크닉에서 지난 4월 3일부터 진행 중인 전시 〈COMPANY World Affair〉는 이 긴 여정을 한자리에 펼쳐 보인다.

2층 ‘SECRETS OF RUSSIA’ 전시 전경 ©Lee Sowoon
현대화된 디자인 공정 바깥에서도 물건은 만들어진다. 시크릿 프로젝트는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공장을 찾는 대신, 그 지역의 재료와 기술을 오래 다뤄온 장인들을 찾아가는 데서 시작된다. 장인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 지역이 지닌 문화와 삶의 방식에 다가가고,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에는 드로잉이 대화의 도구가 된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작은 그림들은 제작 주문서이자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다. 여기에는 사라져가는 장인의 기술과 전통을 향한 존중이 있다. 그들이 지켜온 삶의 방식 위에 콤파니의 상상력을 조심스레 더하는 것이 이들의 작업 방식이다. 2층 전시장에 놓인 약 270개의 마트료시카가 이렇게 탄생했다. 콤파니는 러시아에 머물며 마트료시카 공방의 할머니들과 함께 배추, 가지, 고래, 아이스크림과 같이 전통적인 형태에서 비껴난 인형들을 만들었다. 할머니들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형태를 만들면서도, 마치 오래전부터 만들어온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고 한다.
콤파니의 물건에는 작고 사적인 마음이 스며든다. 핀란드 장인과 협업한 ‘댄스 슈즈’(2007)는 어린아이가 부모의 발등 위에 올라타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 출발했다. 두 사람의 발이 맞닿은 모양 그대로 신발이 되었다. 또한 이들은 반복해서 여러 형태의 촛대를 만들어왔는데, 그 바탕에는 쓰임 없는 물건을 만드는 일에 대한 머뭇거림도 있었다. 만들고 싶은 형상에 최소한의 기능을 더하기 위해 촛대라는 형식을 빌린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장인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신작들도 처음 공개된다. 영천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온 장인과 함께 만든 목탁은 눈과 코가 새겨지고 헤드폰을 쓴 사람의 모습이다. 불교 공예의 익숙한 형식 위에 콤파니 특유의 유머를 더했다. 그 밖에 대나무 장인과 협업한 모자, 부채 장인과 협업한 쥘부채가 함께 소개된다.

3층 ‘세상의 모든 상점’ 전시 전경 ©Lee Sowoon
3층에는 세계 여러 지역의 길거리 좌판을 떠올리게 하는 마켓이 펼쳐진다. 공방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이 사람을 만나고, 팔리고, 누군가의 집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전시장 안으로 가져온 공간이다. 상인을 형상화한 일곱 조각은 콤파니의 물건들을 올려두는 좌대가 되고, 물건들은 아크릴 가림막 없이 관객을 마주한다. 헬싱키에서 콤파니가 운영해온 살라카우파(Salakauppa, 핀란드어로 ‘비밀 가게’)와도 연결되는 장면이다.
전시는 옥상에서 새 형상의 모빌이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누군가의 집으로 옮겨간 물건들이 쓰이고 사랑받은 뒤 언젠가 사라지고 기억되는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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