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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을 감각하게 하는: 〈KOO JEONG A: LAND OF OUSSS [GRAVITTA]〉

exhibition 김보경 기자 2026.04.06


「SPACE(공간)」 2026년 4월호 (통권 701호) 

 

‘GRAVITTA’(2025)가 전시된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 1층​ ©KOO JEONG A, Kunsthaus Bregenz /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 Photo by Markus Tretter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 2층 전시 전경​ ©KOO JEONG A, Kunsthaus Bregenz /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 Photo by Markus Tretter

 

 

구정아는 대규모 조각, 회화, 영상, 애니메이션, 사운드, 향기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관람객이 보이지 않는 힘이나 자연현상을 감각하게 한다. 구정아에게 예술이란 당신이(우리가) 무언가로 변모하는 교차점이며, 여러 에너지들의 집합점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고정된 감상자가 아니라 예술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가 되며, 작품과 관람객 모두를 영속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 상태 속에 존재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OUSSS’가 발생한다. 혹은 그 공간 자체가 ‘OUSSS’가 된다.

‘OUSSS’는 구정아가 만들어낸 개념으로, 불가사의한 우주와 형태, 에너지 등 의미가 끊임없이 변하는 매우 개인적인 공간이자 상태를 뜻한다고 설명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OUSSS’는 논리적으로 설명되거나 정의되기를 거부하는, 경계를 초월하여 단어, 형태소, 물질, 심리 상태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유연한 존재다.

1월 31일부터 전시가 열리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의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1997)는 ‘OUSSS’가 펼쳐지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는 페터 춤토르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세 개의 노출콘크리트 벽이 교차하며 하중을 지지하고, 빛을 산란시키는 에칭 유리 파사드가 외부를 둘러싸며 빛을 들인다. 예술과 건축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압도하지 않는 미니멀리즘 건축이다. 구정아는 여기에 소수의 작품을 정확하게 배치하며 작품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건물 자체를 설치의 일부로 포섭한다.

1층에는 장소특정적 조각인 ‘GRAVITTA’(2025)가 인광을 뿜는 거대한 호를 그린다. 이는 가상의 스케이트 파크▼1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곡선의 유동성과 조각의 존재 원리는 운동성의 관념을 만들어내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다.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고, 상상될 뿐이다.

2층에는 알프스 지역에서 나는 스위스잣나무(Pinus cembra) 향이 퍼지는 가운데, 뫼비우스 띠 형태를 한 목조 조각 세 점이 놓였다. 소나무 향은 자신의 원천은 감춘 채 관람객의 기억과 감정을 자극한다. 뫼비우스 띠는 순환성, 안과 밖의 상호 침투, 생성과 소멸의 얽힘을 상징한다.

3층에는 보이지 않는 힘 중 하나인 자기장에 대해 탐구한 작업들을 모았다. 건축가 세드릭 프라이스의 미실현 프로젝트인 마그넷(1997)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전한 것으로, 프라이스는 마그넷 프로젝트를 통해 ‘예측적 건축’을 구현하고자 했다. 고정된 구조물로 동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적이고 이동 가능한 구조를 통해 사람들이 아직 인식하지 못한 필요와 욕구에 반응해 스스로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고자 한 것이다. 프라이스가 ‘예측적 건축’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비유적으로 사용했던 ‘자석’을 구정아는 실제 재료로 사용했다. 페라이트 자석 조각을 모아 만든 작품들은, 벽 근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곧 우리가 볼 수 없는 힘이 존재함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 4층에서는 영상이 상영된다. 태양을 향해 초원에 앉아 있는 웅크린 인물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앞에는 형광빛으로 빛나는 형체도 있다. 움직임은 거의 없다. 다만, 카메라가 천천히 장면 속으로 줌인했다가 다시 줌아웃하며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처럼 단순한 반복을 통해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시간은 반드시 앞으로만 흐르지 않으며, 이미 일어난 일은 나중의 사건으로 인해 다르게 의미화될 수 있음을, 시간의 비선형성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전시는 5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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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광 도료를 발라 낮에는 햇빛을 흡수하고 밤에는 빛을 발하는 스케이트 파크를 조성하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 연작이다. 프랑스(2012)를 시작으로 영국(2015), 브라질(2016), 이탈리아(2019) 등 각지에서 장소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형태로 선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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