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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전기톱, 돌 그리고 세계와 하나되기: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exhibition 김혜린 기자 2026.04.10


「SPACE(공간)」 2026년 4월호 (통권 701호)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전시 전경​ ©Kim Hyerin 

 

‘합이합일 분이분일 1989-185’ (1989) 설치 전경​ ©Kim Hyerin

 

 

지난 3월 17일,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1935~)의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이 호암미술관에서 막을 열었다. 김윤신은 나무와 돌 등 자연 재료를 매개로 세계와 소통하며, 전기톱을 활용한 독창적인 조각 방식을 구축해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윤신의 삶과 예술 세계 전반을 돌아보며, 망실된 1960년대 이전의 작품들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가장 초기작인 1960년대 파리 유학시절 판화부터 회화 등의 평면 작업과 김윤신의 대표작인 나무조각과 돌조각을 함께 선보인다. 

1층 전시실에서는 김윤신의 작업 세계가 형성되던 시기의 기원쌓기 시리즈와 초기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시리즈를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작가는 전통 한옥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조각을 쌓았다가 해체할 수 있게 한옥의 결구 방식을 활용한 나무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선보인 기원쌓기 시리즈는 돌탑이나 탑을 연상시키는 구조의 수직성을 통해 염원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조각들은 “말하자면 하나의 기도”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후 1970년대 후반부터 김윤신은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라는 작업 이념을 작품의 제목으로 사용하며, 고유한 조형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이 개념은 작가와 대상이 하나로 합해지는 과정 속에서 작품이 생성되고, 이는 다시 작품과 작가로 나뉘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초기에는 통나무에 틈을 내고 끌과 자귀로 다듬는 방식이었으나, 198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후 남미의 단단한 목재를 다루기 위해 전기톱을 주요 도구로 도입하면서 그의 조각 방식은 결정적인 전환을 맞는다. 작가는 나무를 오랫동안 응시하다가 형상이 떠오르는 순간, 밑그림 없이 전기톱으로 조각을 시작한다. 이때 작가와 도구, 그리고 나무가 하나로 맞물리는 합일의 상태 속에서 통나무에 틈을 내어 공간을 만든다. 김윤신은 “공간을 내는 게 예술”이며, 특히 미술은 “공간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조각들은 전기톱이 남긴 흔적과 나무의 거친 면이 그대로 드러나며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전개한다.

2층 전시실에서는 김윤신 조각의 또 다른 축인 돌조각과 2000년대 이후로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 나무조각들을 볼 수 있다. 1989년과 2001년 작가는 멕시코와 브라질의 채석장에 장기간 체류하며 오닉스를 비롯한 원석들을 기계로 자르고, 정과 망치로 두드려 만든 새로운 합이합일 분이분일 시리즈를 만들어낸다. 이는 새로운 조형 어휘가 되어 1990년대 이후 나무조각들의 표정을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2000년대 초기 김윤신의 나무조각에서는 아르헨티나 원주민 마푸체 부족의 영향을 받은 색채와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이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 기간 동안 작가는 목재 조각 하나하나를 캔버스로 삼아 더 적극적으로 채색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작품은 재료 수급의 어려움으로 작품을 만들고 남은 폐목이나 인근 건축 현장의 폐목재를 재료로 쓴 것이 특징으로, 별들과 이야기하며 자연과 공명하던 시절을 담아낸다. 2층의 외부 공간에서는 작가의 최근작인 ‘노래하는 나무 2013-16V1’(2025)도 볼 수 있다. 2013년에 완성한 나무조각을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한 뒤 아크릴 채색을 더한 이 작품은 김윤신이 고안한 회화-조각이다. 작가는 향후 꿈인 야외조각 전시를 염두에 두고 이러한 방식을 만들어냈다. 환경과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온 김윤신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6월 28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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