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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언가를 더하지 않는 건축이 가능한가?: 〈열두 집〉

exhibition 박지윤 기자 2026.05.14


「SPACE(공간)」 2026년 5월호 (통권 702호) 

 

©SUPA Song Schweitzer 

 

〈열두 집〉 전시 전경​ ©SUPA Song Schweitzer

 

수파 송 슈바이처(공동대표 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이하 수파)의 전시 〈열두 집〉이 3월 19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이스 틈에서 열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업은 벽면에 부착된 건축 선언문 ‘건축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것이다’(2019)이다. 건축에 대한 수파의 선언 17개가 담겨 있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건축은 우리 모두에 의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고, 문화적, 정치적 행위이며, 기능하기 위한 것이 아닌 영향을 미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들은 수파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 전반의 기원과 같다.

“건축은 조직화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존재한다.” 이는 도시 풍경 사진에서 수정 테이프와 수정 펜으로 건물을 지워낸 작업 ‘특성 없는 집’ 시리즈(2018~2019)와 연관된다. 아르눌프 라이너의 오버페인팅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그는 자신의 얼굴을 찍은 사진에 오일 크레용을 즉각적이고 즉흥적으로 덧입혀 트라우마, 불안, 두려움 등 자신의 잠재의식을 표현한다. 수파의 작업 또한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표현을 전면으로 드러내는데, 이는 기존의 지식, 교육, 연구가 권력 체계에 의해 세워졌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해방구를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브릭 빌딩’(2024)은 벽돌 건물에 대한 인증서로 ‘표준 벽돌’을 ‘원하는 장소’에 알아서 놓도록 요청하면서 벽돌의 모양과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암시한다. 이에 반해 에디션 넘버가 새겨진 인증서는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즉, “건축은 보여지는 것이 아닌 그 안의 내용이다”고 말한다. 수파가 2018년부터 발행해온 「서브텍스트」 또한 전시됐다. 이것은 “건축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에 대응한다. 건축가들이 그린 도면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의 정성, 끝없이 쌓이는 종이 더미, 기술적 제약, 재료, 불면의 밤과 두려움이 있다. 「서브텍스트」는 이러한 복잡한 프로세스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우리가 왜 작업하며, 어떻게 작업하며, 무엇이 우리를 계속 작업하게 만들며, 작업 결과물이 다시 우리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탐구하는 잡지다. ‘네이키드 플랜’ 시리즈(2015~)는 실시 도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층위에 집중한다. 스케일 간의 관계, 기하학, 밀도, 시간 그리고 사유의 흔적을 드러내는 기본적인 선만 남긴 시공 도면 100여 개를 중첩한 것으로, 주관성과 과정, 주체의 노력, 제약 등이 평면화되는 기존의 경향에 맞선다. 

앞선 작업에 더해 이번 전시는 총 열두 ‘작품’으로 꾸려졌다. 이에 전시 제목을 열두 ‘집’으로 명명하면서 수파는 전시 작품을 건축의 위계로 위치시킨다. 이 전시 자체가 선언의 실천이며, 건축의 경계를 물리적, 기능적, 가시적인 것에서 담론 생산, 지식 유통, 제도 비판으로 확장시킨다. 여기에는 건축물을 짓기 힘든 경제 상황에 대한 한탄이 아닌 자본의 논리에 따른 건축물이 범람하는 시대에 대한 비판이 서려 있는 것으로, 극좌가 좌는 물론 우조차 왼쪽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 전시 또한 우리를 어딘가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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