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5월호 (통권 702호)

서재원 강연 모습 Image courtesy of Suh Jaewon

서재원 강연 자료 Image courtesy of Suh Jaewon
3월 4일, 서재원(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강연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이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이하 하버드 GSD)에서 ‘_포지션’ 시리즈의 일환으로 열렸다. ‘_포지션’은 건축가, 역사가, 이론가 등의 사고방식과 작업을 통해 그들의 좌표와 방향성을 살피는 대담 및 강연으로 구성돼 있으며, 2026년 봄에는 안젤라 팡(팡아키텍트 대표)과 지오바나 보라시(캐나다 건축센터 디렉터)의 대담, 모센 모스타파비(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와 탈식민주의 이론가 호미 바바(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의 대담 등이 진행됐다.
서재원은 먼저 코로나 시대 속 삶에 대한 단상을 그린 스케치(2020, 「SPACE(공간)」 631호 참고)를 소개했다. 그림 속 건축가는 철학 책, 데스크탑, 태블릿 PC, 고양이, 아이 등이 널부러진 집에서 바지는 벗고 상의만 정장을 입은 채 줌으로 건축 수업을 하고 있다. 이는 현대인의 삶의 복잡성과 카오스를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서재원의 사고관과 건축적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서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한강의 기적, 세월호 사건, 계엄령 등 한국이 겪은 엄중한 사건들을 소개하며 여러 문화의 충돌 및 단절, 과도한 자본 우선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대는 혁명과 같은 큰 이념이 유효하지 않다며, 그렇기에 과거의 모든 것을 짊어지고 하나의 목표로 수렴해 ‘빅 펀치’를 날리는 것보다 과거를 미분하고 복잡한 현실에 ‘잽’을 날리는 태도가 더 적합할 것이라 진단했다. 이처럼 좌절이 자연스러운 현실이지만 서재원이 다음으로 언급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는 다양한 매체다. 예시 속 음악, 영화, 미술은 리얼리티를 아이러니하게, 농담하면서, 미학적으로, 풍자적으로 재현하면서 카오스적 현실을 유의미한 패러다임으로 전환한다. 그렇다면 건축은 리얼리티를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
이 지점에서 서재원은 자신의 건축적 방법론인 ‘초-참조적 건축’을 소개한다. 그의 자료 속에 담긴 약 70개 이미지는 효율을 중시하고 선택의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을 위한 짬짜면, 창문 속에서 ‘기생수’처럼 뻗어 나온 환풍구, 매너리즘 건축으로 대표되는 미켈란젤로의 포르타 피아, 잔혹한 현실과 실존적 딜레마를 왜곡된 신체 등으로 표현하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등이다. 이것의 참조는 현대의 복잡성이 반영된 대중 의식과 길거리 풍경, 건축사적 논의, 표현법 등 다양한 층위에서 접속돼 그가 건축을 세우는 전반의 논리를 형성하며 때때로는 실질적인 요소로 부착되기도 한다. 건축사 속에서 참조는 그간 복원, 비틀기, 인용의 방식으로 사용되거나 역사적 깊이감의 상실 여부에 따라 페티시나 파스티슈로 분류되고는 했다. 서재원은 여기서 ‘초’-참조적 건축을 영어로 ‘Hype(광고 혹은 쿨한)’-Referential Architecture로 번역하면서도 현실을 농담 혹은 풍자하는 방법을 택하면서 개념 사이를 넘나든다. 일례로 다세대주택인 성산동 고양이집(2017)은 최대 용적률, 거리에서의 상징성이라는 건축주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면서 고양이 얼굴 형상을 파사드 전면에 부착한 작업이다. 동네 길고양이를 기호로써 참조하면서 대중의 즉각적인 호감을 사는 동시에 부동산 논리를 고양이 마스크로 가리는 듯 강조하면서 대중에게는 농담으로, 건축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 이에게는 풍자로 읽힌다. 이러한 유머는 절벽 끝에 선 사람이 어쩔 줄 모른 채 던지는 것이자 자신에게는 견디는 힘을 주는 것이다. 이외 소개한 작업으로는 망원동 단단집(2019, 「SPACE」 625호 참고), 서교근생(2021, 「SPACE」 651호 참고), 호지(2022, 「SPACE」 661호 참고)가 있으며, 해당 강연은 하버드 GSD 공식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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