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고분을 마주한 달항아리: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exhibition 김효은 기자 2026.08.03


「SPACE(공간)」 2026년 8월호 (통권 705호)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지상 전시실 ©Bang Yukyung 

 

 

달항아리 작가로 잘 알려진 최영욱의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이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초기 작업부터 신작을 포함한 76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 최영욱의 30년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작가 최영욱은 어린 시절 인사동 일대에서 자주 마주했던 달항아리를 국립고궁박물관의 한국 백자 달항아리전을 통해 마주하면서 인식의 전환을 경험했다. 이는 달항아리의 외형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계기가 되어 이후 ‘카르마(Karma)’ 연작을 시작하게 된다. 카르마, 인과응보의 이치를 가리키는 작품명은 윤회나 업(業)이라는 종교적 해석을 넘어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구체화되었다. 작가는 캔버스에 젯소와 돌가루를 수십 차례 얇게 도포하고 연마하는 행위를 거듭하며 표면에 물리적인 층을 만든다. 이는 태토와 유약의 수축 차이에서 비롯된 빙렬(氷裂)처럼 보이는 동시에, 만나고 흩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삶의 관계로 읽힌다.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지하 전시실 ©Bang Yukyung​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작가의 수행적 태도를 ‘탐색-발견-내면화-확장’이라는 시기별 변화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작가가 본격적으로 달항아리 연작을 시작했던 초기 ‘탐색’ 단계에는 달항아리 균열의 질감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무게를 두었다. 유화 재료를 통해 유약의 광택과 빙렬과 같은 도자기의 물성을 충실히 옮겨 입체감을 강조했다. 이후 수성 재료로 전환하며 극사실적 묘사를 지양하게 되면서 균열은 화면 구조를 형성하는 요소로 자리하게 되며, 화면은 점점 평면적으로 정리되어 분위기와 감각적 밀도에 집중하는 ‘발견’의 시기로 이어진다. 달항아리의 형태는 점차 ‘내면화’되어 조형 요소는 절제되는 대신 화면의 규모가 커졌다. 근작의 흑백 작업에서는 달항아리가 점차 구조적인 윤곽으로만 남으며, 2020년 ‘확장’ 단계에 이르러서는 형태마저 지운 추상 화면으로 나아간다. 

 

조형적 아름다움에서 시작된 달항아리를 향한 작가의 30여 년 여정은 사물의 재현을 넘어 화면 자체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이동해왔다. 전시는 이러한 변화 과정을 서로 다른 환경 속에 배치한다. 자연광이 들지 않는 어두운 지하 전시실에서는 작품 표면의 선과 재료의 층위에 집중하게 하고, 개방적인 지상의 전시실에서는 달항아리와 창밖의 고분을 한 시야에 포개며 서로 다른 감상 거리를 만든다. 관람자는 작품과 공간, 고분과의 관계 사이에서 거리를 조절하며 전시를 따라가고, 2층 제2전시실과 연결된 계단을 통해 루프탑으로 이어지며, 경주의 자연과 대릉원을 마주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전시는 8월 17일까지 진행된다.

 

 

 

​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