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8월호 (통권 705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이 지난 7월 10일부터 진행 중이다. 과천관은 개관 40주년을 맞아 과천관의 장소적 특성을 활용해 미술관의 역할, 경험 방식을 새롭게 확장한다. 이와 함께 디자인 파사드 프로젝트 일환으로 특별 그래픽 아이덴티티와 신규 그래픽을 적용하고, 미술관 곳곳에 가구를 배치해 새로운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작가 9인과 학예연구사 세 명이 참여한 세 전시 ‘광경’, ‘잔상’, ‘머무는 자리’는 그동안 전시실로 사용되지 않았던 공간을 재발견해 과천관을 새롭게 조명한다.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 전시 전경. ‘다다익선’을 마주하기 전 로비에 설치된 필립 파레노의 ‘마퀴’ Image courtesy of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MMCA), Korea
‘광경’은 로비와 브리지 등 관람객이 전시실로 이동하며 통과하는 공간을 전시장으로 전환한다.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이 자리한 로비에서 전시실로 향하는 문턱에는 필립 파레노의 ‘마퀴’(2019)가 설치됐다. 극장이나 영화관 입구의 전광 간판을 닮은 작품은 상부에 붙어 네온과 LED, 전구의 점멸과 밝기 변화를 반복하며 관람객이 예술적 사건 안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린다.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는 가상의 도시를 이동하는 배달 노동자의 경로를 따라 현실과 가상,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세계를 그린다. 기존 3채널 영상을 단채널로 재구성해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를 잇는 3층 브리지에 설치한 장소 특정적 작업이다. 난간 위로 LED 패널을 띄워 여러 층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해, 하나의 경로가 복수의 시공간으로 갈라지는 작품의 구조를 공간적으로 드러낸다.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 전시 전경. 제임스 터렐의 작품으로 향하는 원형 전시실 복도 Image courtesy of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MMCA), Korea
최근 10년간 휴식이나 전시 외 프로그램 장소로 사용되어온 2 원형 전시실은 ‘잔상’을 통해 전시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준다. 전시실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제임스 터렐, 오른쪽에는 1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이반 나바로의 작품이 배치됐다.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2021)가 설치된 공간은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인공의 빛만으로 구성된 곳이다. 관람객이 곡면 벽을 따라 걷는 동안 빛의 기운은 서서히 짙어지고, 발걸음의 끝에서 작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터렐이 빛으로 전시실 전체를 물들여 관람객의 몸과 공간 감각을 변화시킨다면, 반대편의 이반 나바로는 네온과 거울의 반복을 통해 작품 내부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환영을 만든다. 곡면 벽의 창을 통해 들어온 자연광은 바닥에 설치된 나바로의 작품 속 인공 빛과 교차하고, 관람자의 시선은 창밖의 장면과 작품 속 깊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야외 조각공원을 배경으로 하는 ‘머무는 자리’는 기존 84점의 소장품 사이에 다섯 점의 작업을 새롭게 전시한다. 기존 조각들이 돌과 철 등 고정적이고 견고한 재료를 중심으로 제작되었다면, 새로 설치된 작품들은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등 가변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재료와 형태의 대비를 보여준다. 또한, 작품은 바라보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앉고 쉬며 경험할 수 있는 대상으로 확장되어, 조각공원을 느리게 걷고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전환한다.
이번 전시의 ‘광경’과 ‘머무는 자리’는 오는 11월 29일까지, ‘잔상’은 2027년 10월 말까지 이어지며, 과천관 개관기념일인 8월 25일을 전후해 전시와 연계한 특별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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