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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고 덧붙여진 삶의 풍경: 〈나의 유산: 살아온, 살아가는, 살아갈〉

exhibition 김제연 기자 2026.09.01


「SPACE(공간)」 2026년 9월호 (통권 706호) 

 

 

국가유산청이 주최하고 (사)도코모모코리아와 구가도시건축(대표 조정구, 이하 구가)이 주관한 전시 〈나의 유산: 살아온, 살아가는, 살아갈〉이 부산 벡스코 1전시장에서 열렸다.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대한민국관 전시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거쳐온 건축유산과 그 속에 축적된 사람들의 삶을 모형, 영상, 도면 및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나의 유산: 살아온, 살아가는, 살아갈〉 전시 전경 ©Yoon Joonhwan 

 

 

이번 특별전은 지난해 구가에서 선보인 〈픽션 논 픽션〉의 일부를 확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당시 전시는 구가의 설계 프로젝트를 ‘픽션’으로, 구가가 이어온 수요답사를 바탕으로 도시를 기록하는 작업을 ‘논 픽션’으로 구분해 상상과 현실의 교차점에서 구가의 건축적 바탕과 성취를 함께 조망했었다. 이번에는 그중 ‘논 픽션’에 해당하는 도시 기록에 초점을 맞춰 근현대 건축유산을 세밀히 들여다보며 공간을 읽고 기록하는 일이 갖는 의미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섯 개의 부문으로 구성된다. 첫 네 부문에서는 부산 소막마을과 영덕 영해, 서울 한남동과 세운상가 일대를 차례로 다루었고, 마지막 부문에서는 ‘도시의 기억과 유산,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영덕과 부산의 등록문화유산 활용에 대한 공모전 수상작을 선보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부산 소막마을의 소막사를 실제 크기의 80%로 구현한 목조 트러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에 소를 수용·반출하던 동네로, 한국전쟁 이후에 비어 있던 소막사에 피란민들이 거주하면서 마을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평 남짓한 우방(牛房)을 기본 공간으로 시작된 정주는, 필요에 따라 벽을 덧붙이고 창문을 확장하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곳은 영덕 영해다. 영해마을은 일본에 의해 항구나 철도 중심으로 계획된 도시들과 달리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생적 근대도시로, 읍성의 흔적을 품은 집과 골목, 목조 버스터미널 등은 다양한 시대가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줘 생활사적 가치가 크다. 이 두 마을도 수요답사의 방식으로 천천히 스캔하듯 분석해 도시 맥락과 개별 건축물을 복합적으로 파악했으며, 그 내용은 평면도·단면도와 모형을 통해 자세히 소개됐다.​ 

 

 

 

세운상가‐종묘 모형 설치 모습 ©Kim Jeyeon 

 

 

전시 후반부에서는 서울 한남동과 세운상가 일대를 들여다본다. 이 두 곳은 지난해 전시에서도 다루어진 바 있지만, 이번에는 모형을 비롯한 새로운 자료를 더해 한층 더 구체적으로 살폈다. 한남동 부문에는 기존 전시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1:300 축척의 언덕마을 모형 옆으로 ‘시장 끝 계단 많은 집’과 ‘평상마당집’ 등 한남동 주택들의 정교한 모형을 추가해 야생화처럼 뿌리내린 집들이 형성한 동네의 풍경을 읽어냈고, 작년 말부터 시작된 철거 장면도 사진으로 담아 이미 사라지고 있는 한남동의 모습을 함께 기록했다. 세운상가 섹션은 복잡한 도시 조직을 분석한 자료가 드로잉과 3D 스캔 이미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놓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적 범위가 종묘까지 확장됐는데, 종묘와 세운상가 일대를 하나의 모형으로 제작해 그 사이 관계와 시간의 층위를 드러냈다. 모형에는 논란이 되었던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의 최고 높이 142m가 붉은 막대로 표현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전시는 네 개 동네를 통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묻는다. 600년의 시간을 견뎌온 도시와 60여 년의 삶이 덧붙여진 풍경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 할까. 겹겹이 쌓인 삶의 흔적을 탐색하는 일은, 우리가 만들어갈 도시에 대한 답을 찾는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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