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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방식으로 짓는다는 것: 2026 디자인 써밋 ‘고유함을 짓는 과정: 색동을 엮는 12인의 방법론’

seminar 김효은 기자 2026.09.22


「SPACE(공간)」 2026년 9월호 (통권 706호) 

 

 

지난 8월 5일에 시작된 공간디자인페어와 동시 개최된 ‘2026 디자인써밋’이 8월 6일부터 2일간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됐다. ‘고유함을 짓는 과정: 색동을 엮는 12인의 방법론’을 주제로 12명의 연사가 작업과 방법론을 소개했다.

일상의실천(공동대표 권준호, 김경철)이 내건 강연 제목은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였다. 이들이 말한 ‘영혼’은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일보다 현실의 조건 속에서 판단을 지키고 조정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의 전시 아이덴티티에서는 유영국 회화의 산을 탈네모꼴 한글의 로고타입으로 해석했다. 타이틀의 가독성을 지적하는 관객 반응을 접한 이들은 유영국의 “설명이 요구되는 그림은 이미 그림이 아니고 군더더기다”라는 말을 되짚으며, 도록에서는 핵심 정보와 색만 남겨 작품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후 ‘불닭 브랜드 웹사이트’에서는 메인 화면의 실험적인 표현을 밀어붙이는 대신 제품·구매 페이지에서는 정보를 정직하게 배치했다. 이처럼 처음 세운 논리를 무조건 관철하기보다 프로젝트마다 실험성과 사용성 사이의 중간지점을 조정하는 것이 이들이 말한 ‘영혼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동교동 입체건물(2025)을 설명하는 한승재​ ©Kim Hyoeun

 

 

한승재(푸하하하프렌즈 공동대표)는 세 공동대표를 각기 다른 강아지 캐릭터에 빗대어 함께 일하면서 생겨난 일곱 가지 규칙을 통해 사무소의 운영과 설계 방식을 풀어낸다. ‘공동설계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 반대하면 하지 않는다’가 각자의 개성을 지키는 규칙이라면, ‘돌아갈 곳을 남겨놓지 않는다’는 여러 안을 두고 판단을 미루지 않는 설계 원칙이다. 이 원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하나를 선택할 만큼 충분한 이유를 쌓는 일이다. 20년간 연남동과 연희동을 오가며 간판으로 가득 찬 밀도에 느낀 답답함은 ‘우주선 같은 공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실용음악학원의 방음 조건을 충족시키며 창을 최소화한 동교동 입체건물(2025)로 구체화된다.​

 

 

 

퐁피두 메츠 센터(2010)의 지붕 구조를 설명하는 반 시게루​ ©Kim Hyoeun

 

 

반 시게루(시게루 반 건축사사무소)는 약 40개 프로젝트를 연이어 보여주며 ‘문제 해결’이라 부르는 작업 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지진과 같은 재난 자체보다 무너지는 건물이 사람을 다치게 하며, 도시 재건 이전의 열악한 임시 생활환경 역시 건축가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1995년 고베 대지진 뒤 지은 가설 주택 고베 페이퍼 로그하우스는 모래주머니를 넣은 맥주 상자를 기초로, 종이 튜브를 벽체로 사용해 저비용으로 짓고 쉽게 해체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해 소실된 다카토리 성당 터에는 기부받은 재료와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페이퍼 성당을 세웠다. 임시 성당이었던 이 건물은 2005년 해체돼 대만으로 옮겨진 뒤 2008년, 영구건축물인 페이퍼 돔으로 재건됐다. 콘크리트 건물도 철거되면 임시적이고 종이 건축도 필요와 사용이 이어지면 영구적일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은 건축의 지속성을 재료의 수명보다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상황에서 찾는 태도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분야와 세대의 연사들은 결과보다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관찰하고, 무엇을 선택하며, 어떤 기준을 쌓아왔는지를 들려주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고유함’을 완성된 결과의 차이가 아니라, 저마다의 판단과 작업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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