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7월호 (통권 704호)
6월 6일부터 16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 1관이 환상적인 세트장으로 변모했다. 에르메스의 인터랙티브 전시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가 서울에 찾아온 것이다. 전시는 ‘마부의 집’에서 사라진 말들을 찾는 탐정 게임의 형식으로 구성된다. 탐정이 된 관람객들은 입구에서 QR코드가 적힌 티켓을 받고, 게임 페이지에 접속한 뒤, ‘물품 보관실’, ‘다이닝룸’, ‘팬트리’, ‘수석 마부의 집무실’, ‘런드리룸’, ‘기숙사’로 꾸며진 여섯 개 방을 돌며 에르메스의 물건들 속에 숨겨진 말들을 찾는 미션을 받는다. 말을 찾는 과정은 꽤 긴박한데 식기, 실크, 셔츠, 타이, 안장, 가죽 등 물건의 형태와 패턴, 장식의 세부를 살피고 숨겨진 장치들을 작동시켜 보며 한 시간 동안 서른 마리의 말을 찾아야 한다. 마부 역할로 등장한 배우들과의 게임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는 말도 있다.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의 여섯 개 방 가운데 다이닝룸(위)과 팬트리(아래) ©Kyungsub Shin
이러한 설정은 에르메스의 헤리티지와 직접 연결되는데 에르메스는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가 파리에서 연 마구 제작 공방에서 출발했다. 말은 에르메스의 장식적 상징에 앞서 브랜드의 실제 기원에 놓인 존재로, 초기의 하네스와 안장은 말과 사람 사이에 놓이는 장비였고 가죽의 내구성과 이동의 안정성을 다루는 기술을 필요로 했다. 이후 에르메스는 승마 장구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가죽, 실크, 슈즈, 테이블웨어, 의류 등 여러 분야로 확장해왔고, 말이라는 모티프는 각 분야의 재료와 기술에 따라 형태, 이미지, 패턴, 흔적으로 변주되어왔다. 이번 전시는 이 오래된 역사를 마부의 집이라는 허구적 공간으로 호출해 그 속에서 에르메스의 물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상품이 전면에 놓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품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저택의 생활 기능에 따라 구성된 여섯 개의 세트장이 있을 뿐이다. 런드리룸은 셔츠와 타이, 다이닝룸에는 식기와 실크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등 제품군이 어느 정도 배정되어 있지만, 이는 카탈로그식 분류는 아니고 시노그래피 연출에 가깝다. 이러한 방식은 에르메스의 쇼윈도 전통과도 이어지는데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 매장의 쇼윈도는 오래전부터 물건을 환상적인 장면 안에 배치하는 무대로 기능해왔다. 특히 레일라 멘샤리는 1978년부터 2013년까지 오브제를 낯선 풍경, 동물, 신화적 장면, 이국적 무대 속에 놓으며 브랜드의 시각 문화를 형성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장면 구성 방식을 관람객이 움직일 수 있는 규모로 확장한다.
또한 에르메스의 16개 메띠에가 최초로 한자리에 모였다. 에르메스는 제품군을 메띠에로 분류하는데 이는 용도가 아닌 장인들의 전문 기술과 창작 영역에 따른 구별이다. 말굽에서 영감을 받은 사보 피크닉 백을 선보이는 가죽 메띠에부터, 말의 장난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담긴 로카바 드 리르 스카프를 선보이는 실크 메띠에, 그리고 말굽 모양의 흔적을 남기는 슈즈를 소개하는 슈즈 메띠에까지, 각 메띠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말과 연결된 특별한 창작물을 선보였다. 그 밖에 켈리 흔들목마와 같은 에르메스의 상징적인 아카이브 컬렉션들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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