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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던 조건의 관측: SALA 개관전, 원애프터 〈Personality: 이상과 현실의 간극〉

exhibition 이소운 기자 2026.07.20


「SPACE(공간)」 2026년 7월호 (통권 704호) 

 

 

한국건축설계학회가 서울 서초구 대한건축사협회 2층에 전시 공간 SALA(Small Architecture Lab&Archive) 갤러리를 마련하고, 지난 5월 29일 개관했다. SALA 갤러리는 학회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신창훈(운생동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의 설계로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전시와 세미나, 워크숍을 통해 건축적 교류와 실험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날 개관식과 함께 연속기획전 ‘SALA 26/27 시리즈: Lab To Land’의 첫 전시인 원애프터(공동대표 안미륵, 마준혁)의 〈Personality: 이상과 현실의 간극〉 오프닝과 세미나가 진행됐다. 연속기획전 제목의 ‘Lab’은 연구와 교육, ‘Land’는 현장과 실무를 가리키며,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을 통해 리서치와 실무 사이의 중간지대를 가시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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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ity: 이상과 현실의 간극〉 설치 전경. 프레임 앞면의 텍스트 Image courtesy of Architectural Design Institute of Korea

 

 

​원애프터의 전시는 ‘personality’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는 19세기 천문학에서 관측자마다 발생하는 미세한 오차를 가리키던 ‘개인차(personal equation)’에서 가져온 것으로, 여기서는 현실 그 자체와 이를 인식하고 조직하는 방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뜻한다. 건축가는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공간을 구축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를 둘러싼 건조 환경은 시장과 제도, 문화와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원애프터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우리의 일상을 빚어내는 조건들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살폈다. 그 변화는 먼저 신체에서 포착된다. 건축은 오랫동안 사람과 환경 사이를 중재하는 장치로 작동해왔지만, 에어컨과 값싼 에너지의 시대를 지나며 환경을 조절하는 방식은 달라졌다. 열려 있던 문들은 닫히고, 잔디는 말라가고, 아이들은 백화점 수유실로 모여들게 되었다. 동시에 외부에서는 건물과 나무의 그림자가 새로운 공공 공간처럼 점유된다. 변한 것은 도시의 형태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움직임과 머무르는 방식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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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ity: 이상과 현실의 간극〉 설치 전경. 프레임 뒷면의 이미지 Image courtesy of Architectural Design Institute of Korea​

 

 

​이러한 관찰은 처음부터 하나의 체계로 수집된 것은 아니었다. 스튜디오와 공사 현장, 도시 생활 속에서 마주한 장면들이 시간이 지나며 특정한 조건으로 묶였고, 전시는 이렇게 축적된 144개의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이미지들은 먼저 수집 경로와 성격에 따라 네 개 카테고리로 나뉜다. 역사적 자료를 통해 얻은 ‘기록(historical)’, 일상과 현장 조사, 도시 관측을 통해 얻은 ‘관찰(observed)’, 미디어와 기술 속에서 환경이 재현되는 방식을 다룬 ‘기획(projected)’, 실제 건축 프로젝트와 공간적 개입을 통해 얻은 ‘구축(constructed)’이다. 이 이미지들은 다시 ‘몸(corporeal)’, ‘환경(environmental)’, ‘땅(territorial)’이라는 세 범주로 재배치된다. ‘몸’은 ‘노출(exposure)’, ‘돌봄(care)’, ‘호흡(breath)’을 통해 공간을 경험하는 감각의 출발점을 다루고, ‘환경’은 ‘그늘(shade)’, ‘대기(air)’, ‘흐름(flow)’을 통해 기후와 신체, 공간 사이의 물리적 관계를 살핀다. ‘땅’은 ‘공동(commons)’, ‘밀집(density)’, ‘침식(erosion)’을 통해 환경적·사회적·경제적 힘에 의해 계속 변화하는 장으로 설명된다. 전시장에는 배럴 볼트 모양의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이 3단으로 설치되는데 프레임 앞면에는 ‘몸’, ‘환경’, ‘땅’의 범주와 각 키워드에 대한 텍스트가 놓이고, 뒷면에는 이에 대응하는 이미지들이 배치된다. 관람객은 앞뒤를 오가며 원애프터가 축적한 사유의 아카이브를 읽어낼 수 있다.

 

​전시 소개 이후에는 원애프터의 작업을 중심으로 젊은 건축가로서의 실천을 둘러싼 토론이 이어졌다. 오스카 강(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은 원애프터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쌓아온 건축학과 인류학의 배경하에 형성된 특유의 관찰 방식을 짚었고, 이정훈(조호건축사사무소 대표)은 한국에서 실무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건축가가 자신의 화두를 긴 호흡으로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시리즈는 2027년 3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이어지며, 원애프터를 시작으로 전재우(하이퍼스팬드럴 대표), 사울 킴(사울킴 스튜디오 대표), 이재원(도시건축정류소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전시가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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