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9월호 (통권 706호)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협력으로 기획된 전시, 〈크로싱 그라운드: 예술, 디자인 & 테크놀로지〉에서는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 연구자들이 지리적, 물질적, 학문적 경계를 넘어 수행한 16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각 프로젝트는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 디지털 제작, 음악기술, 바이오피드백, 재료과학, 가상현실(VR), 건축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가 이미지와 소리, 공간과 물질의 형태로 옮겨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학교 차원에서 확장하고 있는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크로싱그라운드: 예술, 디자인 & 테크놀로지〉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Korea Foundation
지난 7월 28일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공동 큐레이터이자 참여 작가인 권효진(조지아 공과대학교 조교수)은 전시 제목의 ‘크로싱(Crossing)’을 서로 다른 지식과 매체를 오가며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번역’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권효진은 디지털 이미지의 정보를 분석하고 변형해 건축의 형태와 재료로 이어가는 과정을 연구한다. ‘이미지 이후의 건축’은 픽셀의 색상과 밝기, 해상도를 건축 형태를 생성하는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를 실제 제작까지 이어지는 설계 도구로 활용한 작품이다. 조적, 목구조, 합성 외장재라는 서로 다른 구축 방식에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서, 이미지를 완성된 건축을 보여주는 표면이 아니라 형태와 제작 방식을 결정하는 설계 정보로 사용했다.권효진이 이미지 속 데이터를 건축 형태로 옮긴다면, 보야나 긴은 몸에서 측정된 정보를 감각할 수 있는 이미지와 소리로 바꾼다. 의사·과학자 출신의 융복합 예술가 보야나 긴이 선보인 ‘생체적 숭고’와 ‘난초의 꿈’은 관람객의 심박수와 같은 생체 신호를 센서로 읽어 투사 영상과 사운드로 변환하는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이다. 화면 중심의 색과 섬유질을 닮은 유기적 형상이 맥박의 리듬에 반응하며 수축하고 퍼진다. 숫자나 그래프로 읽히던 생체 정보를 빛과 소리의 움직임으로 직접 감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 중인 버니 로버트, 권효진, 보야니 긴, 제러미 볼렌 Image courtesy of Korea Foundation
아티스트 토크에서 다뤄진 작업 외에도, 전시에는 건축학부 연구진이 참여한 프로젝트 여섯 점이 포함돼 건축과 기술의 접점을 보여준다. 미스리 파텔(조지아 공과대학교 펠로우)의 ‘대화하는 컴퓨테이션’은 5대째 벽돌을 만들어온 인도 장인들과의 협업에서 출발한다. 파텔은 현장 조사와 대화를 통해 장인들의 흙벽돌 제작법을 살피고, 이를 컴퓨터 기반 설계와 적층 제작 방식에 접목해 축소 프로토타입을 함께 제작했다. 전통적인 제작기술을 디지털 제작으로 대체하기보다, 서로 다른 제작 방식이 실제 설계와 제작 과정에서 어떻게 함께 작동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 것이다.각기 다른 출발점을 지닌 16개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과 지식이 이미지, 소리, 공간, 물질 등으로 변환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크로싱’을 분야 간 협업을 넘어 경계를 가로지르는 번역의 과정으로 확장하는 이번 전시는 9월 11일까지 KF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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