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0월호 (통권 707호)
지난 9월 2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에는 국내외 주요 갤러리가 참여했다. 올해 신세계그룹은 프리즈 서울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합류해 2030년까지 이어지는 파트너십을 시작했다. 이번 프리즈 서울은 큐레이티드 섹션을 확장하며 다양한 세대와 장르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았다. 하나의 기획을 따라 작품을 살피는 미술관과 달리, 아트 페어에서는 여러 갤러리와 작품을 오가며 시선이 빠르게 전환된다. 이러한 페어 한가운데 신세계그룹은 독자적인 공간 ‘신세계 라운지’에서 폴 콕스의 특별전시 《L’Immensité du Quotidien: The Monumental Everyday》를 선보였다. 주변 갤러리 부스들이 통로에서 작품과 내부를 적극적으로 드러낼 때, 신세계 라운지는 외벽을 크게 채운 폴 콕스의 ‘Diary 16 05 26’를 마주하게 하면서 관람의 시작점을 안쪽으로 옮긴다. 파리와 부르고뉴를 오가며 활동하는 폴 콕스는 회화를 비롯해 그래픽 디자인, 출판, 무대와 의상 디자인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주변에서 관찰한 색과 형태를 작업으로 옮겨온다. ‘Diary’는 작품명에 날짜를 붙이며 작가가 매일 저녁 이어온 명상을 기록한 연작이다. 외부에서 한 점의 확대된 대형 이미지를 마주한 뒤 벽 사이의 입구로 들어서면, 같은 연작의 원화 336점이 긴 벽면을 따라 펼쳐지며 내부에서는 수백 점을 한꺼번에 바라보는 구성으로 전환된다.

(왼쪽) 신세계 라운지 입구에서는 대형 이미지로 구현된 폴 콕스의 ‘Diary 16 05 26’를 마주하고, (오른쪽)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면, ‘Diary’ 연작에서 흑백 선과 종이를 덧댄 표현을 볼 수 있다. ⓒChoi Jinbo
이번 전시에 모인 연작은 올해 봄부터 지난 4개월간 종이에 과슈로 그린 작업으로, 작가가 산책하며 바라본 나무와 길, 들판과 건물 등의 요소가 화면마다 다른 조합으로 나타난다. 작업 순서에 따라 배치된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면 흑백 선과 종이를 덧댄 표현에서 시작해 점차 선명한 색 덩어리와 간결한 윤곽으로 단순화되는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가까이에서는 화면마다 다른 선과 색, 겹쳐 붙인 종이와 색상의 조합이 먼저 보인다. 몇 걸음 물러서면 개별 작품보다 동일한 규격의 화면이 연속되며 만드는 색과 형태의 흐름이 두드러지고, 336개 장면은 벽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더 뒤로 물러나면 작품 앞을 오가는 관람객의 모습까지 그 풍경에 자연스럽게 포개지며, 관객마저 풍경의 일부가 된다.

‘Diary’ 연작 336점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전시 전경 ⓒChoi Jinbo
폴 콕스가 포착한 장면들은 익숙한 일상 안에서도 매번 달라지는 빛과 색, 형태를 보여준다. ‘일상의 무한함(L’Immensité du Quotidien)’이 평범한 하루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을 가리킨다면, ‘기념비적 일상(The Monumental Everyday)’은 그 기록이 쌓여 이번 전시에서 336점의 규모로 한자리에 펼쳐진 모습을 통해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일상의 공간에 문화예술 경험을 더해온 신세계그룹의 방향도 이 지점에서 전시의 언어와 만났다. 《L’Immensité du Quotidien: The Monumental Everyday》는 폴 콕스의 작업을 설명하는 제목이면서, 신세계그룹이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일상과 예술의 관계를 풀어낸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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