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전경 / Image courtesy of SeMA
데이비드 호크니의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작품 133점을 선보이며 올해 82살를 맞이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조명한다.
호크니는 열한 살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브래드퍼드 예술학교에 진학했다. 재학 당시 미술계에는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했는데, 그는 반기를 들고 추상성과 재현적 이미지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을 했다. 초기작 ‘환영적 양식으로 그린 차(茶)그림’을 보면, 기하학적 형태와 느슨한 붓질로 추상적 시각 체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실제 형상을 그려 넣은 당시의 작업방식이 잘 드러난다.
영국왕립예술학교 졸업 후 로스앤젤레스로 향한 호크니는 수영장을 연작으로 그려나갔다. ‘더 큰 첨벙’에서 하늘, 집, 야자수는 평면적으로 묘사한 반면, 다이빙 보드와 그 아래 물살은 아크릴 물감을 여러 번 덧발라 표현했다. 시원한 물살은 언뜻 보기에 한 번의 붓질로 그린 것 같지만, 물의 투명한 성질과 움직이는 특성을 포착하기 위해 여러 번의 붓질로 2주 넘게 공들여 표현한 것이다.
30대에 들어서며 그의 관심사는 주변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싼 공간으로 이동한다. 빛과 그림자, 인물과 깊이감을 탐구해 2인 초상화를 그렸다. ‘클라크 부부와 퍼시’와 ‘나의 부모님’에서 등장인물은 실물과 흡사한 크기로 그려졌는데, 이 때문에 화폭 앞에 선 관람객은 화폭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실제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공간에 대한 탐구는 이어졌다. 그는 3차원의 공간을 어떻게 2차원 평면에 재현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한 장소를 보는 객관적인 시각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찰자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시점에 본 장면을 ‘아카틀란 호텔’ 연작에 담았다. 이후 호크니는 60개의 캔버스에 각각 다른 시점으로 화폭을 완성해 가로 2m 세로 7m가 넘는 압도적인 크기의 ‘더 큰 그랜드 캐니언’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추상표현에 대한 반기’, ‘로스앤젤레스’, ‘자연주의를 향하여’ 등 일곱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한 작가의 작품으로는 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주제, 매체, 규모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호크니는 세상을 보는 방식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확장해나갔다. “그림은 우리로 하여금 그렇지 않으면 보지 않았을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호크니의 전시는 8월 4일까지.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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