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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로 조절되는 자연

exhibition 2019.10.30


어두컴컴한 터널 너머로 빗소리가 들린다. 터널 끝에 자리한 방에는 동그란 광원이 달려 있고 폭우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는 방, '레인 룸'이다.

런던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예술가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의 개인전 〈랜덤 인터내셔널: 아웃 오브 컨트롤〉이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들은 2005년 설립 이후 "점차 기계화 되어가는 세계에서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며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와 컴퓨터 기술, 여러 매체들로 이루어진 설치 작업들을 선보여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2012년 처음 공개된 '레인 룸'과 '스웜 스티디' 시리즈의 영상 작업을 소개했다.

먼저, 이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레인 룸'은 천장에 달린 노즐에서 매분 500L의 폭우가 쏟아지는 100㎡의 공간이다. 벽면에 설치된 기기들이 인간의 움직임을 감지해 1,580여개의 노즐을 열고 닫는다. 빗 속을 걸어 다녀도 젖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다만 동작 인식과 강우 조절 사이에 간격이 있다 보니 전시장을 천천히 돌아다녀야 비를 안 맞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술관에서는 관람객이 손을 뻗어 센서가 감지할 시간을 갖도록 한다. 관람객들도 자신이 감지되도록 행동하며 이를 계속 의식하게 된다. 자유 의지를 지닌 인간이건만 기술로 통제된 환경에 들어가 자발적으로 의존 또는 예속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강우 소리와 냄새, 손끝에 닿는 촉감, 경험에 집중하도록 조절된 밝기와 분위기로 인해 올라퍼 엘리아슨의 '날씨 프로젝트'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어딘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레인 룸'과 함께 전시되는 '스웜 스터디'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탐구하는 연작이다. 비디오 설치로 구성된 작업은 거대한 스크린 위로 여러 도형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웜 스터디' 시리즈는 여러 형태로 탐구·제작되고 있는데, 작품 주변에서 관람객이 서성이거나 손뼉을 치는 등으로 움직이면 작품은 일종의 '군집 활동'으로 반응한다. 벌떼가 몰려오듯이 소리가 커지거나 조명 다발이 마구 깜박이는 식이다.

랜덤 인터내셔널은 "광범위한 맥락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가 우리의 환경을 얼마만큼 통제하고 있는지, 그리고 환경에 의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통제 당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이를 탐구하기도 전에 작업이 주는 감각적 충격이 사유를 중단시키는 듯하다. 광경을 촬영하느라 관람객의 손이 바빠진다.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이성제 기자>

 


〈랜덤 인터내셔널: 아웃 오브 컨트롤〉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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