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른 주제를 선정해,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설화문화전’이 아모레퍼시픽 본사 내 아트리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전통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 〈미시감각: 문양의 집〉이 개최되어, 전통적인 거주문화와 공예의 관계를 탐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파빌리온 입구의 흩날리는 흰 천 너머 보이는 붉은 패턴을 쫓아가면, 아주 낯선 모습의 거실이 관람객을 응접한다. 전시장 외형에서 인지할 수 없었던 높은 층고의 공간이 펼쳐지고, 화려한 패턴을 입은 가구와 드레스가 눈길을 끈다. 거실 전체를 채운 붉은 패턴은 ‘호접도10폭 병풍’에 등장하는 꽃과 나비 그리고 새에 대한 재해석이다. 전시에 사용된 모든 텍스타일은 조선시대 화폭에 등장하는 미시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며, 현대 드로잉 기법으로 그린 이미지를 패턴화한 것이다.
마루에 앉아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여러 켜들이 중첩된 풍경이 또 한 번 펼쳐진다. 다이닝 룸은 순수한 백색으로 마감되어, 도자기에 새겨진 푸른 문양과 물결 표면의 식탁을 더욱 부각한다. 미디어 퍼니처를 통해 재생되는 플루이드 아트 영상은 마치 아트리움 천장에 유유히 흐르는 수공간처럼 느껴진다. 밝았던 실내 공간은 침실로 진입하면서 점차 어두워진다. 그림자가 진 패브릭 위에는 ‘화조영모도 10폭 병풍’에 등장하는 새 문양이 수놓아졌다. 어두운 공간 너머 자갈이 소복하게 쌓인 마당이 보이고, 파우더 룸의 원경이 어렴풋하다. 뒤이어 파우더 룸에는 커다란 원형 거울과 함께, 칠보전통장인이 섬세하게 제작한 화장품 케이스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기획자인 박성진(사이트 앤 페이지 디렉터)은 “이번 설화문화전의 제목인 '미시감각'은 말 그대로 공예를 위한 섬세한 감각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미시감과 기시감 사이의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며 전시를 관통하는 감각의 중의성을 설명했다. 전시장 곳곳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처음 보는 것이지만 이전에 경험한 듯한 요소들의 중첩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 흐름과도 같은 한국 전통주거의 공간구성은 서양건축의 박공지붕 아래 구축되었고, 김이홍(김이홍 아키텍츠 대표)이 설계한 백색의 전시 파빌리온은 콘크리트의 물성이 돋보이는 아모레퍼시픽 사옥과 대비되는 듯하지만 과하지 않은 규모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우리의 생활문화 속에서 잊혀져 온 전통문양의 가치를 환기하는 전시〈미시감각: 문양의 집〉은 12월 29일까지 진행된다. <김예람 기자>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전경 / Images courtesy of Amorepacific ⓒRoh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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