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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시각화 전시를 위한 첫 걸음

seminar 2019.12.20


올해 4월 서울시가 ‘장애인 인권도시’로의 전환을 위해 관련 정책 패러다임을 발표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것에 집중했던 기존 입장에서 더 나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형성했다.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정책에 반영됨에 따라, 설계 시 장애인의 문화적 경험을 반영하려는 서울시 내 문화시설이 늘고 있다.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서울공예박물관 또한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표방한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환경을 제공하고자, 11월 11일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히로세 코지로(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 리코 창(홍콩 비욘드비전프로젝트 대표), 줄리아 카심(교토 디자인랩 교수), 마리-클라테 오닐(파리 에꼴 드 루브르 교수)이 참여해 시각 장애인의 전시환경에 대한 여러 접근방식을 발표했다. 히로세 코지로는 미술관의 탈 시각화를 언급하며 촉각 전시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리코 창은 촉각과 청각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교육프로그램 ‘촉감-음향 상호작용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줄리아 카심은 아비가일 하우젠의 시각인식 5단계 연구를 인용하여, 시각장애인의 시각 이해도를 여러 단계로 나눠, 이를 전시 환경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리-클라테 오닐은 탈 시각화 전시 콘텐츠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관람을 위한 스토리텔링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장애인이 전시를 이해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줄리아 카심은 기획전시의 비중을 조절하여 가볍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조준동(성균관대학교 교수)은 시각장애인 전시 콘텐츠를 수용하는 박물관의 자세를 거론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 콘텐츠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비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탈 시각화 전시가 기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시각 장애인 전시 개발을 위한 여러 사례와 아이디어가 도출되었지만, 아쉽게도 정작 그것들이 물리적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전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공유되진 않았다. 서울공예박물관 설계공모(2016년 10월 시행) 지침에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항목만 있었을 뿐, 전시시설 안에서 장애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었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유니버설 뮤지엄’이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전시 환경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할 것이다. <김예람 기자>

 

 

Image courtesy of Korea Urban Regeneration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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