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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규범의 보존 '하야마 가치테이'

하야마 가치테이

사진
오타 타쿠미(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가미야 아키텍츠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디자인 규범의 보존​

 

​인터뷰 가미야 슈헤이(가미야 아키텍츠 대표)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제자 엔도 아라타가 1928년에 설계한 주택을 현대식 호텔 ‘하야마 가치테이’로 바꿨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건축물의 시작이 궁금하다. 최초의 클라이언트는 누구인가?

가미야 슈헤이(가미야): 기존 건물은 당시 일본 최대 무역회사 중 하나인 미쓰이 그룹의 런던 지사 대표인 가치의 소유로, 가족들과 휴가 때 머무는 세컨드하우스인 ‘가치 하우스’였다. 이곳을 설계한 엔도 아라타는 프레리 양식을 정확하게 도입한 일본의 몇 안 되는 건축가들 중 한 명이다. 

 

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프레리 양식이 일본에 도입된 점이 흥미롭다. 건물에서 프레리 양식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을 알려 달라.

가미야: 기둥에 사용한 오야스톤, 처마의 강한 수평선을 통해 엔도가 라이트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오야스톤은 라이트가 일본 도쿄에 있는 임페리얼 호텔에서 사용했고, 수평선 또한 라이트 건축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미국 시카고에 있는 로비 하우스에서 볼 수 있다. 이 건물처럼 프레리 양식에 충실한 주택은 일본에 흔치 않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일본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최: 리노베이션은 어떻게 시작됐나?

가미야: 클라이언트는 도쿄에서 사업을 하는 부부로, 5년 전쯤 가치 가문으로부터 건물을 매입했다. 그들은 건물의 디자인과 공간에 매료되어 기존의 것을 보존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개인 소유 건물의 철거 혹은 재건축을 방지하기가 어렵다. 유지하는 것도, 새로운 용도를 부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는 건물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들은 주택으로 사용된 기존 건물을 호텔로 변경해 건물 전체를 단독으로 임대하고자 했다. 

최: 역사적으로 가치가 큰 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엔도 아라타는 1889년에 태어났고, 가미야 슈헤이 당신은 1982년에 태어나서 시차도 크다. 어떤 태도로 이번 프로젝트에 임했나?

가미야: 디자인과 공간뿐만 아니라 라이트와 엔도의 철학까지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오늘날 살아있었다면 어떻게 생각했을지 상상하면서 리노베이션을 위한 설계 전략을 정했다. 

 


최: 구체적으로 어떤 설계 전략을 세웠는가? 

가미야: 크게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취했다. 첫째, 유형문화재에 적용되는 규제로 인해 보존되어야 하는 공간에서는 기존의 디자인을 보존한다. 둘째, 새로운 가구 디자인으로 공간을 변화시킨다. 셋째, 규제의 범위에서 벗어난 일부 공간은 가능하다면 완전히 변화시킨다. 기존의 역사적 가치와는 아예 다른 퀄리티의 공간과 디자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우리는 이러한 설계 접근 방식을 ‘창의적 보존’이라고 칭한다.

 

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설계를 시작했을 때 건물의 상태는 어땠는지, 앞서 설명한 세 가지 전략이 어떻게 실제로 적용됐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가미야: 처음 방문했을 때, 건물의 노후로 인해 훼손된 마감들을 발견했다. 리노베이션을 거치지 않고서는 이 건물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건물이 유형문화재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에 규제가 있었다. 주방, 욕실, 메이드룸과 같은 백스페이스를 제외하고는 건물의 내외부는 장식적 디자인 규범을 따라야 했다. 예를 들어, 메인 살롱과 선룸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의 가구는 모두 우리가 디자인한 것으로 교체했는데 이때 프레리 양식의 기하학적 특성을 참고했다. 테라스의 벽난로, 침실의 침대와 책상, 식당의 펜던트 조명, 플레이룸의 스툴, 식탁, 바 카운터 등을 디자인했다. 반면에 메인 살롱 공간의 가구에 대해서는, 기존의 가구를 아예 빼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보수 작업만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메이드룸과 창고가 있는 지하에서 위층을 뜯어내고 2층 높이의 목욕탕을 설계했는데, 일본의 목욕 문화를 결합해 역사적 건물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했다.

 

리노베이션 전 플레이룸 전경(Image courtesy of KAMIYA ARCHITECTS)



최: 건축의 재생과 복원에는 크게 두 가지 태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최대한 드러내거나, 감추거나. 당신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미야: 기존의 디자인과 새로운 디자인의 대비는 중요하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건물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섬세한 방법으로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다. 변화는 반드시 인지되어야 하지만, 기존의 공간을 존중하고 그 공간에 적합한 방식으로 설계를 했다.

 

최: 일본 건축가에 의해, 일본에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프레리 양식의 건물과는 차이점도 있었을 것 같다. 

가미야: 목재로 만들어진 창호의 디테일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일본은 장인 정신과 목공 기술이 오래전부터 발달되어왔다. 엔도 역시 이 점을 활용하여 차이를 만들고자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계단을 사용해 높낮이가 다른 여러 공간을 연결한 점도 특징이다. 그가 그린 오리지널 단면도를 보면, 공간의 높이가 주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최: 주택과 호텔은 둘 다 생활공간이지만 다른 점도 많다. 건물의 용도가 바뀌면서 기존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주입해야 했을 것 같은데, 전체 공간에 대한 큰 그림을 어떻게 그렸는지 궁금하다.

가미야: 기존의 개인 주택을 유지하기보다는, 방문객들이 서로 소통하고 주변을 즐길 수 있도록 보다 공적이고 열린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식당 테라스의 새로운 벽난로 쪽에서 주변의 바다와 산을 바라보며 술 한잔을 즐길 수 있게 공간을 구성했다.

 


 

최: 사람들이 이곳 하야마 가치테이를 어떻게 경험하는가? 공간구성과 동선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가미야: 방문객들은 메인 살롱에 도착한 다음, 플레이룸에서 프레리 양식에 영감을 받아 새롭게 디자인된 가구에 앉아 웰컴 드링크를 마신다. 건물 내부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세 개의 침실이 있다. 하나는 욕실이 있는 메인 침실이고, 나머지 둘은 그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메이크업 룸이 갖춰져 있다. 저녁이 되면 주방과 식당을 사용하고, 그 옆의 야외 테라스로 가서 벽난로 주위에서 와인 한잔을 마시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메인 목욕탕은 지하에 위치해 약간 가려져 있으며, 현대적 디자인과 역사적 건축물의 가치가 결합된 것을 즐길 수 있다.

 

최: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가미야: 벽과 바닥의 해체 작업을 하던 어느 날 보가 노출되었는데, 나와 클라이언트 모두 공간에 대한 아름다움을 크게 느낀 순간이었다. 그 공간은 현재 지하에 위치한 2층 높이의 목욕탕이 되었다. 이번 하야마 가치테이와 같이 역사적 유산을 다루는 프로젝트에는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우리는 ‘창의적 보존’이라는 방식으로 역사적 양식을 재설계하는 새로운 유형을 제시하고자 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역사적 건물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우리의 접근 방식으로 더 많은 실천을 해보고 싶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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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가미야 아키텍츠(가미야 슈헤이)

위치

일본 가나자와 미우라 하야마 이시키 1706

용도

호텔

대지면적

1,129.52㎡

건축면적

219.85㎡

연면적

364.33㎡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높이

9.45m

건폐율

19.46%

용적률

32.25%

설계기간

2019. ~ 2020.

시공기간

2019. 10. ~ 2020. 3.


가미야 슈헤이
가미야 슈헤이는 1982년생으로 와세다 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9년간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6년 코펜하겐 소재의 비야케 잉겔스 그룹에서 시니어 건축가로 근무한 뒤 2017년 가미야 아키텍츠를 설립했다.
kamiya-architec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