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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건축] 3D프린터로 쌓아 올린 흙집: 테클라

마리오 쿠치넬라 아키텍츠

김예람 기자
사진
이아고 코라차(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마리오 쿠치넬라 아키텍츠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2021년 초,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라벤나 시에 따개비 모양의 건물이 들어섰다. 3D 프린팅 기술로 지어진 세계 최초 흙건축 주거 ‘테클라(TECLA)’다. 주택의 이름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1972)의 배경이 된 동명의 도시에서 비롯됐는데, 끊임없이 건물이 지어지는 도시의 이미지를 본 떠 쉽게 생산 가능한 주거모델을 만들고자 한 건축가의 의지가 드러난다. 테클라를 설계한 마리오 쿠치넬라 아키텍츠는 밀라노와 볼로냐를 활동 기반으로 삼고 있는 건축사사무소다. 설계조직을 이끌고 있는 마리오 쿠치넬라는 오래된 건축재료인 흙과 첨단 기술인 3D 프린팅을 결합한 주택이 지속가능한 주거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말하면서 그 생각을 적극 반영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마리오 쿠치넬라는 2018년 10월, 3D 프린팅 시공사 WASP와 함께 이미 ‘가이아(GAIA)’라는 이름의 흙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가이아와 테클라는 구조적인 차이를 보이는데, 그 차이점은 세로 방향으로 기다란 무늬를 가진 테클라의 요철 표면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가이아는 외벽을 형성하는 진흙 벽, 내부에 설치된 목조 기둥과 다각형 목조 지붕으로 구성한 반면, 후속 모델인 테클라는 다른 부재 없이 진흙으로만 구조를 완성했다. 건축가는 ‘제로 킬로미터 머티어리얼(Zero Kilometer Material)’을 이 프로젝트의 중요 개념으로 여기면서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하는 흙을 모두 현장에서 퍼냈다. 제로 킬로미터 머티어리얼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줄여 지역 재료 사용 증대와 화석연료 소비 감소를 촉진하자는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운동에서 파생됐다. 건축에 적용될 때는 지역 내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화학적으로 원료를 변형할 필요가 없고 사용 수명이 끝나도 환경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내용까지 확장됐다. 테클라 역시 이 개념에 부합하는 여러 혼합물이 견고히 굳어진 건물이다. 혼합물에는 진흙, 실트, 모래를 배합한 토양(25%), 볏집(40%), 쌀겨(25%), 수경성 석회(10%)가 포함되어 있다. 토양과 수경성 석회는 건물의 벽체를 이루고, 탈곡 과정을 거치고 남은 부산물이 단열재 역할을 한다. 대지 중심에 위치한 크레인이 컴퍼스 끝의 연필을 움직이듯 3D 프린터의 위치를 조정하며 혼합물을 배출하는데, 그렇게 쌓인 외벽과 내벽 사이의 지그재그 레이어 안에 볏집과 쌀겨가 채워진다. 이런 방식으로 12mm 두께의 혼합물을 350겹 쌓아 60m2(약 18평) 규모의 공간을 구축하는 데 200시간(약 8.3일)이 소요됐다. 이전 주거모델인 가이아보다 3D 프린팅 출력량이 약 6.8배 많았지만, 3년 동안 발전한 기술 덕분에 출력 속도가 빨라져 공사 기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테클라는 콘크리트에 의존해온 다수의 3D 프린팅 건축 프로젝트와 다르게 흙을 주요 재료로 활용했다. 이러한 초점 이동은 원자재 생산과 운반에 따른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굴착과 절토 같은 건축 공정에서 발생하는 준설토 처리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시공 기술이 새롭게 제시된 건축 대안의 확장성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도 눈에 보인다. 현재의 3D 프린팅 기술로는 2층 이상 규모에서의 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직 증축을 통한 다양한 평면 구성에 무리가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는 단점은 에너지 설비의 설치・사용 효율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테클라가 집합건축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갖추려면 다층 구조에 관한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 김예람 기자) 

 

 

 

©Mario Cucinella Architects + W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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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마리오 쿠치넬라 아키텍츠

위치

라벤나, 이탈리아

건축면적

60㎡

구조설계

WASP, 밀란 인제네리아

시공

WASP, 테르 콘스트루젼

시공기간

2021

조경설계

프라시나고

재활용 재료 제작

마페이, 라이스 하우스, 오렌지 파이버, 프라이맷, 오피신 탐보리노


마리오 쿠치넬라
마리오 쿠치넬라 아키텍츠는 1992년에 설립된 건축사사무소로, 현재 이탈리아 볼로냐 지방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건축설계, 제품 디자인, 환경 및 기술 연구, 대규모 도시 프로젝트에 이르는 영역을 다루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건물 설계와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