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2023년 3월호 (통권 664호)
멀고 가까운 산들의 겹침과 넓은 논과 밭이 있는 전원주택 단지. 대지는 그 단지 끝단에 일그러진 반달 모양으로, 인접 대지와 면한 서쪽 일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열린 훌륭한 환경을 가졌다.
풍경 만들기
병풍처럼 수려한 자연이지만 어떤 위치에서도 같은 얼굴이었다. 계절의 변화 외에는 단조로울 풍경의 지루함을 상쇄하기 위해 풍경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 주제였다. 남북 방향으로 경사진 대지를 따라 공간의 쓰임을 자연스럽게 분류하고, 대지의 서측 직선을 따라 필요한 프로그램을 차례로 놓았다. 대지의 레벨이 높아지는 순서대로 진입 공간(주차장과 진입로), 여분의 공간(손님방), 공용 공간(거실과 식당), 사적 공간 (개별 실들)이 선적으로 나열됐다. 손님방에서는 방문한 친지들이 주차장 지붕의 꽃밭 너머 마을을 편히 구경할 수 있다. 손님방을 지나 두어 계단을 올라가면 심심하지 않게 틈새로 잘게 쪼개진 좁은 풍경 창들이 거실의 큰 풍경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거실과 식당이 있는 공용 공간에는 넓은 풍경이 탁 트여 있다. 이 또한 움직이는 한지문과 얼기설기한 담장을 통해 원하는 풍경으로 조작이 가능해 변화하는 장면을 만든다. 다시 두어 계단을 오르면 각자의 방들이 이어지고, 동선의 마지막에 방향이 역전되는 공간은 이제껏 보았던 것과는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렇게 도달하는 2층 서재는 마을 전체를 한눈에 안는 클라이맥스의 장소다.
옴니버스 스토리
단선의 단순한 공간 배열이지만 행위를 멈추게 하는 작은 틈새나 간단한 조작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자연에 우연으로 작용한다. 벽이나 매스로 인해 더 멀거나 가깝게 느껴지는 풍경, 코앞을 가로막는 가파른 석축, 하늘만을 담는 숨막히는 정원, 높은 천장에서 벽을 타고 드는 빛의 변화, 방향의 전환은 대주제인 자연 안에서 각자 자신의 얘기를 엮어가는 끊임없는 옴니버스 스토리가 될 것이다. (글 정수진 / 진행 박지윤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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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정수진)
정우영, 박준희, 임상일
전라남도 순천시 서면 산내들1길
단독주택
1,042㎡
200.4㎡
223.14㎡
지상 2층
2대
7.22m
19.23%
18.85%
철근콘크리트조
구리록, 삼중로이유리 시스템창호
석고보드 위 페인트, 타일
(주)다스구조엔지니어링
(주)성도엔지니어링
2017. 5. – 9.
2017.10. - 2018. 9.
박상현
KNL 환경디자인스튜디오(김용택)
(주)일도노, D.S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