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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길들어가는 삶: 라브리

응우옌 카이 아키텍츠 & 어소시에이츠

사진
오키 히로유키
자료제공
응우옌 카이 아키텍츠 & 어소시에이츠
진행
윤예림 기자
background



자연에 길들어가는 삶

 

응우옌 꽝 카이  응우옌 카이 아키텍츠 & 어소시에이츠 대표 × 윤예림 기자


윤예림(윤): 라브리는 좁은 간격으로 붙어 있는 집들 사이에서 연못과 맞닿은 작은 대지에 위치한다. 대지를 보고 당신은 건축주의 요구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펼치기에 완벽한 위치라고 말했다.
응우옌 꽝 카이(응우옌): 대지를 처음 방문하자마자 모든 것을 떠나 자기만의 고유한 세상 안에 존재하는 안식처를 짓기에 완벽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나 차가 다니지 않는 막다른 골목 끝자락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앞쪽에는 연못이 있어 사생활을 보장받는 비밀스런 장소였다. 건축주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은퇴 생활을 위한 집을 찾고 있던 부부였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늘어선 나무 속 흥미롭고 신비로운 피난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윤: 숲을 닮은 집이다. 새와 나비, 다양한 식물처럼 크고 작은 생명들이 함께 지낸다. 문명에 길든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불편함이 많은 집일지도 모르겠다. 라브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일반적인 집과 무엇이 다른가? 
응우옌: 생활방식은 일상의 습관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이다. 자연을 향해 열린 마음을 품는다면 생활방식 역시 그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 이는 라브리를 비롯한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다. 사람들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집 주변의 모든 요소를 하나부터 열까지 통제하는 데 익숙해져왔다. 하지만 너무 통제하려 들거나 간섭하지 않고 그저 자연이 그대로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어떨까? 계획 초기에는 건축주도 우리의 제안에 살짝 머뭇거리는 듯했지만 이제는 새 집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윤: 침실, 화장실, 주방 등 집의 기능을 한데 모으지 않고 각각의 블록으로 분리 배치한 이유는 무엇인가? 
응우옌: 라브리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블록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요소에 따라 기능과 크기를 분리한 것이다. 네 블록의 각기 다른 높이, 위치, 각도는 서로 리듬을 만들며 사이사이로 마당과 정원을 형성한다.

윤: 네 블록은 유리, 덩굴, 콘크리트의 세 켜로 설계됐다. 각 레이어의 역할이 궁금하다. 특히 콘크리트 블록을 다시 유리로 감싼 이유가 궁금한데, 투과되거나 반사되는 빛에 유리 안팎의 식물이 비쳐 집이 더욱 무성한 숲처럼 보인다.
응우옌: 콘크리트는 거친 재료로 느껴지는 반면, 유리는 세련되고 유려해 보인다. 두 재료를 함께 사용하면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모습이 만들어진다. 또한 유리와 콘크리트 사이에서 녹색 덮개의 역할을 하는 덩굴은 햇빛을 받으며 자라난다. 유리, 덩굴, 콘크리트와 빛과 자연,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집을 풍성한 숲처럼 보이게 한다.





윤: ‘라브리(l’abri)’ 는 프랑스어로 은신처를 뜻한다. 그러나 이 집에는 경계가 없다. 마당부터 주방과 잠자는 공간까지 시각적으로 막힌 곳이 없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개방적인 라브리가 어떻게 은신처가 되어주는가? 
응우옌: 블록 상부의 나무, 그리고 각 블록 사이의 덩굴 레이어가 외부 시야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유리 레이어가 굴절과 반사를 일으켜 집안을 들여다보기 어렵게 한다.

윤: 다양한 각도로 열린 창과 문에서는 환기에 특히 신경 쓴 점이 느껴진다. 
응우옌: 이곳 후에시는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지역의 대부분의 집이 콘크리트나 벽돌벽으로 지어졌는데, 낮에는 열을 흡수했다가 밤에는 열을 내뿜으니 하루 종일 더위 속에서 사는 셈이다. 반면 라브리는 유리, 덩굴, 콘크리트 세 켜를 통해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고 피벗 유리문과 창문으로 자연풍을 효과적으로 조절해 늘 시원한 공기가 흐른다. 뜨거운 낮 동안 더운 공기는 블록 사이 공간을 지나고, 천창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환기된다. 한편 해가 지고 나면 열이 빠른 속도로 식어 실내 온도를 낮춰준다.




윤: 지붕 위에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플루메리아 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응우옌: 후에시에서는 곳곳마다 자라고 있는 플루메리아 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이 수종이 지역의 기후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건기에는 가지를 넓게 펼쳐 타는 듯한 햇빛을 가려주고, 우기에는 비바람에 잎사귀가 떨어져 햇빛을 들인다. 잦은 태풍에도 넘어지지 않고 버텨줘서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하중과 관리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플루메리아 나무는 뿌리가 작고 침습성이 낮으며, 꾸준히 물을 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윤: 때로는 은신처가, 때로는 산책로가 될 지붕 위 공간의 구체적인 쓰임이 궁금하다.
응우옌: 블록마다 사다리를 설치하고 공중에 연결 통로를 만들었다. 사다리를 타고 집 위에 올라 구불구불한 길을 산책하고, 풍경을 즐기며, 밤하늘의 달과 별을 바라본다. 수목을 관리하고 보수할 일이 있을 때에도 지붕 위에 오른다. 라브리는 자연과 더불어 숨쉬고 행동하며 단순하게 살아가는 집이다.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잎사귀가 풍성해지고, 겨울이 되면 나뭇가지를 드러내는 플루메리아 나무 사이로 마음의 평화가 찾아들기를 바란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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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Nguyen Khai Architects & Associates (Nguyen Quang

설계담당

Tran Yen Chau

위치

Hue, Vietnam

용도

single house

대지면적

100㎡

건축면적

55㎡

연면적

55㎡

건폐율

55%

용적률

55%

구조

concrete, steel

설계기간

June – July 2020

시공기간

Aug. 2020 – Feb. 2021

공사비

65,000 USD


응우옌 꽝 카이
응우옌 꽝 카이는 1984년 베트남 후에시에서 태어났다. 베트남의 여러 도시에서 학업과 업무 경험을 쌓다가 2016년 고향으로 돌아와 응우옌 카이 아키텍츠 &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