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2월호 (통권 675호)
마당과 담을 통한 공간의 전이
대지는 남한강의 수평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석축 위에 자리한다. 대지 정면에는 대지보다 2.5m 낮은 위치에 강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과 전망대가 바로 붙어 있어, 실내 공간의 시각적 개방감을 유지하면서 외부인의 시선을 차단하는 일이 중요했다. 우리는 길게 늘어진 대지의 특성을 고려해 마당 위치에 따라 공간의 성격을 달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주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마당에 적절한 쓰임을 부여하고, 내부와의 관계 속에서 섬세하게 재단된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주 진입부와 외부의 시선을 조율하고 막는 앞마당, 시각적·공간적 확장성을 부여한 뒷마당, 안방과 관계하는 가장 은밀한 안마당 등 내부는 마당을 통해 외부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 결과 건폐율 20% 안에 한정된 내부 공간은 대지 전체를 아우르며 확장된 개방감을 갖게 되었다.
대지를 감싸며 만곡된 지붕선은 주 진입부와 안마당을 가르며 흐른다. 주택은 외형적으로는 무척 단순한 한 덩어리지만, 담이라는 건축적 요소가 집의 내외부를 가로지르며 공간들을 직조해나간다. 건물과 담 사이 자연스레 자리 잡은 마당들은 정원이나 외부로 뻗어나가 대지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인다. 자전거길과 마주한 앞마당에는 9.5m 길이의 전동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앞마당과 남한강을 극적으로 연결하는 통로인 이 가림벽을 열면 뒷마당부터 거실, 앞마당을 지나 자연으로 연결되는 시각적 축이 완성된다. 자연을 집 안으로 들여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주는 건축적 장치인 셈이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유선형 계단을 오르면 시각적 전이가 일어나며 남한강과 마주한 통창을 보게 되고, 박공지붕이 주는 다채로운 공간감이 실내에 그대로 투영되어 공간이 부드럽게 얽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용마루의 양 끝단 아래 각각 배치한 두 침실에서는 삼각형 창을 통해 극적인 개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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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고영성, 이성범)
이하늬
충청북도 충주시 금가면 원포리
단독주택
694m²
138.47m²
227.33m²
지상 2층
2대
9.1m
19.95%
32.75%
철근콘크리트조
적벽돌
친환경 수성페인트
드림구조(김민관)
(주)지엠이엠씨
(주)엔원종합건설
2020. 11. ~ 2021. 5.
2021. 6. ~ 2022. 3.
연일숲(안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