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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를 안으로: 아웃사이드인

건축사사무소 히어

글
이동진, 윤선희
사진
장원준
진행
유진 기자
background

 

 

관리할 수 있는 만큼, 필요한 만큼

대지는 건축주가 유년 시절부터 결혼 후 가정을 꾸리며 삼십여 년 동안 많은 추억을 함께해 온 옛집 터였다. 좋은 기억은 마음에 간직하고 은퇴 후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4인 가족을 위한 도심 단독주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이른바 뒷산, 근린공원 초입에 위치해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놓인 땅. 대지의 용적률은 250%로 주변에는 다가구 또는 다세대 주택, 전면에는 5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올 정도로 지금 건물의 3배의 규모로 신축이 가능한 곳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건축주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4인 가족의 생활만을 위한 집을 원했다. 단독주택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경험으로 규모가 클수록 집을 관리할 때 들어가는 수고가 많다는 점과 단독주택이라는 주거의 형태에서 가족 구성원에게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결국, 40%의 건폐율과 80%의 용적률로 필요한 만큼의 집을 짓게 되었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기억의 장소

대지는 남북으로 가늘고 긴 형상으로 옛집의 남쪽은 작은 마당에, 북쪽은 넓은 뒷마당과 면해있었다. 건축주가 살았던 집의 이야기는 배치 계획의 기준이 되었다.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갖가지 나무와 꽃이 심겨 있던 남쪽 마당, 그런 마당을 통해 볕이 잘 들었던 거실, 1층을 세놓아 사용할 수 없었던 뒷마당 대신 가족, 지인들과 고기를 구워 먹던, 2층의 작은 주방과 연결된 외부 공간 등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공간의 경험을 새로운 집에서도 지켜주고 싶었다. 

북측의 뒷마당을 다시 찾아 거실-주방과 연계함으로써 옛집의 외부 공간에 대한 건축주의 기억을 이어주려고 했다. 인접한 초등학교와의 경계에 높게 쌓인 옹벽과 수목으로 둘러싸인 뒷마당은 도심에서 가지기 힘든 온전히 개인적인 외부 공간이 된다. 주방에서 내린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마당으로 나가 심어 놓은 식물들의 생장을 관찰하고, 가족 식사 시간에 사계절의 변화를 보고 느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그리며 공간을 배치했다.

 

 

 

 

외부를 안으로, 외부 중정과 같은 내부 계단

동남아성 기후를 방불케 하는 습하고 더운 여름과 영하 10도를 쉽게 내려가는 겨울. 그나마 날씨를 즐길 수 있는 봄과 가을마저도 황사와 태풍으로 인해 외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날이 1년 중 손에 꼽는다. 하지만 단독주택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대지에 발을 붙이고 자연과 늘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이에 우리는 역으로 바깥 환경을 실내로 끌어들여 외부 같은 내부 공간을 만들기로 하였다. 

두 동처럼 분리된 매스의 중심에 외부 중정 같은 내부 계단을 계획했다. 커튼월을 통해 남향과 동향으로 열려있는 내부 계단은 단지 층과 층을 연결해 주는 곳이 아니다. 계단의 보이드는 채광통로가 되어 북측의 공용공간에서도 외부 환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내부까지 시각적, 물리적으로 연결된 외장재(벽돌)는 물성 그 자체로 사용자에게 계단을 오르내릴 때나 거실과 취미실에 앉아 내부 창을 통해 보았을 때, 외부공간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벽돌 벽면에 투영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해와 달의 그림자 또한 실내에서도 외부 중정을 거니는 듯한 독특한 감각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중심 공간을 사이로, 기능의 분리 

분리된 두 매스는 기능을 나누어 가진다. 3m x 3m 모듈의 기본 매스로 구성된 두 영역을 잇는 중심 공간에 외부로 열려있는 내부 계단이 위치하며 이를 기준으로 북측에 면한 매스에는 거실, 다이닝룸, 취미실 등 가족들이 쉬고 모이는 공간이 배치되어 뒷마당 및 내부 계단과 관계를 맺는다. 취미실은 두 층으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시각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어 가족 구성원들의 ‘따로 또 같이’ 휴식이 가능하다. 남측의 작은 마당과 면한 매스는 사적 공간의 집합으로 최소면적과 합리적인 동선으로 구성했다. 1, 2층 각각을 자녀 공간과 부부 공간인 마스터룸을 분리하고, 침실, 건식 세면대, 욕실, 화장실, 드레스룸, 파우더룸을 건축주에게 필요한 면적과 최소한의 동선으로 제안했으며, 나머지는 수납공간에 집중했다.

 

​

 

집에 대한 애정, 진정한 ‘내 집’

준공 후 집들이와 오픈하우스 등 몇몇 일정으로 인해 건축주와 좋은 기운을 나누며 만나고 있다. 집 짓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내부 계단에서 하늘에 뜬 달을 보며 ‘집안까지 달을 선물해줬다’고 말하는 건축주를 보며 서로 공을 들여 이야기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만큼 집에 대한 애정도 쌓이고 그런 애정이 있어야 진정한 ‘내 집’을 만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년 시절부터 함께한 옛집 터에서 다시 태어난 이 집이 앞으로도 가족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고, 작은 정원을 소중히 여기며 가꾸고, 집 안팎을 드나들며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새롭지만 오랜 추억이 배어 있는 편안한 집이 되었으면 한다.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다이어그램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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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건축사사무소 히어 (이동진, 윤선희)

설계담당

이동진, 윤선희

위치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95㎡

건축면적

79.8㎡

연면적

142.99㎡

규모

지상 2층

주차

1대

높이

8.86m

건폐율

40.92%

용적률

73.33

구조

스틸하우스조

외부마감

점토벽돌타일(로제레드), 적밤색 줄눈, 레드홀블릭

내부마감

벤자민무어 클라우드화이트 에그쉘, 점토벽돌타일(로제레드), 자작나무합판

구조설계

진구조

기계설계

코담기술단

전기설계

성지이엔씨

시공

공간연구소 집

설계기간

2023. 2. ~ 2023. 10.

시공기간

2023. 11. ~ 2024. 2.

건축주

정호원, 신수경

인테리어설계

건축사사무소 히어 (이동진, 윤선희)


윤선희
윤선희는 인하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M Architects, OBBA(건축사사무소 오비비에이)에서 다양한 규모의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건축사사무소 히어의 공동대표로 건축 작업을 하고 있다.
이동진
이동진은 인하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정림건축을 거쳐 건축사사무소 틔움을 공동 운영했으며, 현재는 건축사사무소 히어 공동대표로 건축 작업을 하며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출강 중이다.
건축사사무소 히어
건축사사무소 히어는 윤선희 건축사, 이동진 건축사가 2023년 설립한 건축사사무소이다. HERE [히어]는 ‘여기, 지금‘을 의미하는 보통의 단어이지만, 대지를 의식하며 떠오른 첫 사유로부터 구축에 이르기까지의 매 순간 정성을 쏟고자 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히어는 사용자와의 교감, 공간의 쓰임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공간과 시간을 디자인하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 속 비일상적 경험을 중시하는 건축 과정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