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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토착 건축에서 움튼 현대적 지속가능성: 테라사 에코하우징

이자스쿤 친칠라 아키텍츠

사진
데이비드 프루토스
자료제공
이자스쿤 친칠라 아키텍츠, 소미움 프로퍼티스
진행
윤예림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5년 1월호 (통권 686호) 

 

 

인터뷰 이자스쿤 친칠라 이자스쿤 친칠라 아키텍츠 대표 × 윤예림 기자

 

윤예림(윤): 오리우엘라 지역의 물리적, 문화적 특성과 토착 건축에 대해 설명해 달라. 테라사 에코하우징은 토착 건축에 기원을 두면서도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피하고자 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태도가 어떻게 드러나 있나?

이자스쿤 친칠라(친칠라): 스페인 동남쪽의 발렌시아 지방에 위치한 오리우엘라는 뜨겁고 건조한 여름과 온난하고 습한 겨울을 가진 지중해성 기후에 속한다. 지리적으로는 풍부한 식생을 보유한 시에라 데 에스칼로나 등의 자연공원을 비롯해 해안과 산악 지대 등 다양한 자연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페인과 이슬람계 무어 영향이 뒤섞인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신체 및 감정적 웰빙, 활발한 야외 활동, 미식 문화, 공동체를 중점에 두는 지중해식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오리우엘라의 토착 건축은 하얀 외관과 회반죽, 직물 차양, 지붕을 지탱하는 목재 구조, 자연과 밀접한 관계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주로 갈대 등의 생분해성 소재로 지어지고, 가파른 경사지붕이 특징이다. 이런 요소를 차용하면서 현대적 지속가능성에 맞춰 재해석했다. 회반죽 외관에 자연 환기, 목재 구조, 패시브 쿨링 기술을 사용했고, 현지에 서식하는 조류들의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연석으로 뒤덮인 평지붕을 사용했다.

 

 

윤: 연령과 신체 조건이 다른 거주자들의 웰빙을 고려해 설계됐고 집의 시스템, 구조, 자재, 식재 등은 스페인 친환경 건축협의회(GBCe)의 평가를 통과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친칠라: 이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는 민간 부동산 개발자다. 이들은 프리미엄 부동산이란 무엇인지, 또한 이들의 사회적 기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재정의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환경에 대한 존중을 품질의 새로운 지표로 도입하려는 클라이언트들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테라사 에코하우징은 모든 신체를 위한 접근 가능성을 핵심으로 한다. 따라서 모든 주요 생활공간을 한 층에 두어 다양한 연령대와 건강 상태를 가진 거주자들의 필요를 충족했다. 또한 목재나 석회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해 건강한 내부 환경을 도모했다. 클라이언트는 야외 활동과 자연과의 관계를 촉진하는 주택을 요청했고, 우리는 넓은 정원, 끊김 없이 이어지는 실내외 공간, 그리고 휴식, 운동, 명상을 위한 공간들을 통해 이를 실현했다. 집의 모든 방은 절반은 외부이고, 절반은 내부라 할 수 있다. 내부, 외부 어디서든 낮잠을 청할 수 있고 식재에 둘러싸여 자연화된 수영장은 삼림욕의 이점을 제공한다. GBCe 인증은 지속가능성, 생태계 보존, 그리고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우리의 노력을 입증한다. 태양 방향, 교차 환기, 차광장치 같은 수동적 해법과 이를 보완하는 태양에너지 시스템, 지열 난방 등 능동적 해법이 사용됐다.

 

 

윤: 내부와 외부가 하나인 양 작동하는 집의 구조는 수영 후 젖은 발로 주방을 이용하거나, 침실에 누워 정원의 꽃향기를 맡는 등의 생활을 가능케 한다. 

친칠라: 주택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었다. 각 방은 각자의 외부 공간으로 직결되어 소위 ‘이중 기능’적 공간을 연출한다. 예를 들어 침실은 명상을 할 수 있는 사적 정원 공간을 향해 열려 있고, 주방은 수영장 옆에 있는 외부 조리 공간으로 전환된다. 맨발로 야외에서 요리하는 모습은 해변의 작은 키오스크에서 식사하는 현지의 주요 전통 문화, 치링기토를 상기시킨다. 실내부터 실외까지 연속적으로 배치된 테이블에서는 과일나무 등의 보호장치 덕택에 어떤 날씨에서나 실내외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지중해식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이러한 디자인은 일 년 내내 편안하고 건강한 자연과의 교류를 보장한다.

 

 

 

윤: 목재와 강철의 조합으로 인해 따뜻하면서도 경쾌한 내외부의 구조 시스템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주택들을 참조했다고 들었다.

친칠라: 주요 보에는 글루램을, 부차적 요소에는 OSB 합판을 활용한 목재-강철 하이브리드 구조다. 강철과 목재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강조했다. 내부에는 목재를 주 재료로 사용하고 환경에 노출된 부분에는 강철을 사용해 목재의 유지관리 및 수평 하중 관련 문제를 최소화했다. 가벼운 목재를 비교적 강도가 높은 강철이 받치게 하는 등 재료 사이의 위계 질서를 전략적으로 구축해 효율적인 무게 배분과 구조적 무결성을 꾀했다. 강철 요소들에는 용융아연도금 및 폴리우레탄을 코팅 처리해 수명을 늘렸고 현장 용접보다 볼트 조인트를 용이하게 해주는 설계 디테일에 중점을 뒀다. 이러한 방식은 철골구조의 장기적인 성능을 보장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목재의 아늑함을 느끼도록 한다. 내부의 목재 사용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주택들과 연결된다. 서로 다른 높이의 목재 OSB 요소들과 창문들은 공간의 수직적 깊이감을 강화한다. 고든 하우스(1963), 조지 스터지스 하우스(1939), 드로즈 하우스(1906)의 자연 소재 사용, 조경과의 조합, 그리고 창의적이면서 따뜻한 미학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윤: 외부 캐노피의 직물과 강철 구조는 어떻게 결합되고 기능하는가?

친칠라: 직물 캐노피는 약 95m2 면적의 넓은 야외 공간을 보호한다. 내부에는 OSB 보가 60~80cm 간격으로 사용됐는데, 이 보는 이중 강철 프로파일 형태로 외부로 확장된다. 여기에 직물 캐노피를 지그재그로 장착해 과도한 태양광에서 집 안을 보호하고 자연 환기를 돕도록 했다. 각 개구부는 태양 방향, 실내 용도, 개방 방식에 따라 그 크기와 높이, 외부 보호 기능을 차별화했다. 환기를 우선하는 개구부, 전망을 우선하는 개구부, 통로 또는 개방성을 우선하는 개구부 등이 있다. 가령 수영장을 바라보는 큰 창은 전망이 훌륭하지만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때 직물 캐노피가 적절한 정도의 햇빛을 들여보내는 조절장치가 되어준다. 가장 상단에 있으면서 실내 제어가 가능한 개구부는 실내 분위기나 개방성과 관계 없이 기후에 따라 필요한 자연 환기를 담당한다. 이 집은 적응형 설계를 통해 계절 및 시간대 변화에 반응한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며 야외 활동이 빈번한 여름에는 공간을 개방해 교차 환기, 캐노피 그늘, 자연 식재와 같은 패시브 요소들로 더위를 식힘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확보하고, 비교적 통제된 사용이 예상되는 겨울에는 태양열을 이용해 따뜻한 야외 공간을 제공한다. 이 시기에는 패시브하우스 기준을 충족하며 독립된 유닛으로 기능하는 지하 공간을 사용해 난방비를 아낄 수도 있다. 

 

 

 

 

윤: 인근 자연공원의 식생과 다양한 문화권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정원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친칠라: 정원 디자인에 영감이 되어준 시에라 데 에스칼로나, 레반트 과수원, 그리고 멕시코의 풍경은 지중해 현지 식물과 물 사용에 효율적인 다육식물, 침식을 막기 위한 계단식 경사면이 특징이다. 정원의 과일나무, 허브류, 전통 관개 방식은 지역의 농업 문화 유산을 떠올리게 하고, 이슬람과 멕시코 정원에서 빌려온 영감이 문화적 풍요로움을 더한다. 부지 동쪽은 오렌지, 레몬, 살구, 복숭아, 석류 등의 과일나무로 구성했는데, 나무를 위한 물은 지붕과 대지에서 모아 보관했다가 재사용한다. 이러한 관개 철학은 아랍 전통, 특히 스페인에 거주한 아랍인들이 16세기까지 알함브라 등에 적용한 나자리 건축법에서 영감을 받았다.

 

 

윤: 이자스쿤 친칠라 아키텍츠는 순환 경제와 도시의 생물 다양성을 중요시하는데(「SPACE(공간)」 674호 참고),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그 가치를 어떻게 추구했나?

친칠라: 재활용 가능한 소재와 모듈식 공법을 이용해 순환 경제와 미래 적용성을 고려했다. 실내 벽의 2.4m 높이 위로 보이는 목재 보드는 공간 확장이 필요할 시 열리는 구조로, 철거 없이 집의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한다. 현지에 서식하는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울창한 초목과 같은 자연 서식지를 사용한 점은 생물 다양성을 향한 관심을 반영한다. 지난해 발렌시아에는 홍수로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있었다. 도로가 완전히 아스팔트로 포장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우리는 길 표면의 투수성을 각별히 신경 썼다. 각 구획이 침식을 방지하고 현지 경관을 재생하며 열섬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도시 조건을 최대한 개선하고자 애썼다.​​

 

월간 「SPACE(공간)」 686호(2025년 0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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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쿤 친칠라
이자스쿤 친칠라는 이자스쿤 친칠라 아키텍츠의 대표이자 영국왕립건축가협회의 국제 명예회원, 바틀렛 건축학교의 건축 실습 교수다. 22년간 다양한 유형과 규모의 건축설계 및 현장 공사 감독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