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7월호 (통권 692호)


아파트에서 벗어난 삶
쌍둥이 아들을 낳은 지 100일을 갓 넘긴 건축주 부부는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을 위해 안전하고 웃음이 가득한 집(笑滿齊)을 짓고자 우리를 찾았다. 아파트 생활은 편리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단독주택이 가진 가능성과 장점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인근 원주기업도시의 주거전용 택지를 분양받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건축주 부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과 수영장을 요청했다. 더불어 자라는 과정에서 변화할 생활 패턴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가족 개개인의 생활 방식에도 순응할 수 있는 집을 원했다. 우리는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한편, 대지를 깊이 이해하고 그 장소에 어울리는 적절한 건축적 해법을 찾고자 했다.
건축가는 땅이 가진 가능성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처음 본 대지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허허벌판, 지구단위계획 구역의 여느 택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선들을 의식하며 대지에서 단서를 찾고자 했고, 미래에 조성될 도시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중 대지 뒤편으로 마주한 동산은 계획의 방향성을 빠르게 설정하는 근간이 되었다. 반듯한 사각형 땅 위에 과하지 않되, 단단하고 위요된 안전한 주택을 그리며 설계를 이어나갔다.

Process diagram
법규의 재해석, 쓰임에 이로운 집
판교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복사, 붙여넣기’ 되다시피 한 지구단위계획 지침은 잘 분석하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한 바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훗날 건물로 촘촘하게 채워질 지구단위계획 구역 대지 안에서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온전히 지킬 수 있게 여러 법규를 재해석했다. ‘담장 설치 금지’ 규정은 ‘담장의 건축화’로 치환해, 남측에 실제 구조체로 계산된 건축벽을 길게 연장시켰다. 길어진 남측 벽은 뒷동산을 내부로 가두어 가족만을 위한 중정의 일부가 된다. 또한 2층 테라스까지 자연을 끌어올 방법을 모색하면서, ‘경사 지붕 설치’ 조항에서 ‘옥상조경 설치 시 경사 지붕 예외’ 규정을 적용해, 평지붕 역보 방식으로 옥상조경을 계획했다. 조경에 필요한 토심을 보 하부로 내려 2층 바닥 레벨의 테라스와 조경 영역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 것이다. 이로써 법규를 만족하면서도 안전하게 위요되고, 자연으로 활짝 열린 중정형 주택을 구성하게 되었다.


건축에서 중요한 것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구조적 안전성과 내구성, 유지관리에 유리하도록 설계 단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벽돌벽의 하단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지면에서부터 벽돌을 들어 올려 구체 받침을 설치한 점, 비구조 요소인 벽돌의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벽체 중간 높이에 노출콘크리트 구체로 일체 타설된 인방을 설치하고, 이를 그대로 드러내어 구조적 안전성과 입면 디자인을 동시에 구성한 점, 그리고 외장재로 쓴 애시 탄화목 판재가 목재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직접 비를 맞아 오염되지 않도록 처마 안쪽 깊숙한 부분에 사용한 점 등이 그 예다.

거주자가 생활하는 데 편리하도록 물 흐르듯 이어지는 동선을 위해 평면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주차를 마치고 집 안으로 이동하는 중에 비를 맞지 않게 긴 처마 공간을 안팎으로 두었다. 현관문은 한 켜 안쪽, 주차장 처마와 이어진 긴 입구 공간에 배치하면서 현관문이 도로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점진적인 공간 변화를 느끼며 현관, 전실을 지나 중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단이 바로 보인다. 실내 이동을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연결한 부분이다.
ㄴ자 형태로 꺾인 1층은 사적인 부부 영역(침실, 욕실)과 주방 및 거실이 연결된 큰 공용 공간으로 구분된다. 현재는 자녀가 어려 1층에서 온 가족이 생활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성장 후에 사용할 개인 방과 취미방을 2층에 배치했다. 주차장은 필요에 따라 마당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게 경계벽에 넓은 슬라이딩 간살도어를 설치했다. 이는 수영장을 이용하거나, 마당을 이용할 때는 주차면에 대한 시각적 차단을 가능하게 한다. 삶의 변화와 쓰임을 고려해 설계한 이런 작은 요소들이 삶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집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거주자가 안에서 밖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형태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고 합리적인 매스, 공간 구성으로 앞으로 살아갈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도시, 자연과의 연결
우리는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도시 구조와 함께 어우러지는 담백한 입면을 고민했다. 과하지 않은 스케일로 단단한 벽돌 텍스처 속 깊이와 비례를 고려한 개구부는 벽돌을 떠받치는 콘크리트 인방과 얇게 음각된 금속 줄눈(벽돌을 받치는 L-형강의 자리)의 섬세한 분할을 통해 큰 입면적을 조각하듯 나눈다. 이렇듯 외부로부터 보호받도록 구성된 소만재의 위요된 입면은 절제된 미학을 추구하지만, 영구적인 조망을 고민하여 여러 특징적인 개구부를 만들기도 했다. 서측 입면의 1층에는 마당과 수영장을 관통하는 가변형 터닝도어를 설치해 필요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게 했다. 남측은 2층에서 도시 구조를 바라볼 수 있도록 길을 향해 열려 있다. 마지막으로 동측 정면에는 멀리 매봉산 군두봉까지 보이는 오프닝을 내어 주변 환경과 관계를 깊이 고민했다.
열어둔 벽체 사이로는 바람이 지나고 햇살이 스민다. 막혀 있되 필요한 만큼 열어 도시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 이는 실내에서도 적용된다. 실내의 풍경, 내부 시선의 끝을 따라가면 언제든지 외부와 관계하는 창을 내어 시야를 확장하고 집이 숨 쉴 수 있는 바람길을 만들었다. 15m 긴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집 안 깊숙이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고, 녹음이 무성한 뒷동산을 바라보는 주방 통창은 사계절 내내 실내 분위기를 바꾸는 액자가 된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변주를 집 안 가득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고요한 벽 너머 마주한 초록은 자연을 들이고 그 속에 시간과 계절을 담아내며, 아이들이 자라날 일상의 무대가 될 것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키도형건축사사무소(김도형)
설해인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신평로
단독주택
441.1m²
224.14m²
342.84m²
지상 2층
2대
8.61m
50.81%
66.57%
철근콘크리트조
백고벽돌, 애시 탄화목
온돌마루, 석고보드 위 친환경페인트
SDM구조기술사사무소
성지이앤씨
아이에코이엔지
주식회사 아키원종합건설
2023. 5. ~ 11.
2023. 12. ~ 2024. 10.
박준현, 김혜인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김석원, 강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