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7월호 (통권 692호)


인터뷰 다비드 도텔롱드, 완드릴 마르셰 아틀리에 센주 공동대표 × 이소운 기자
이소운(이): 1855년, 건축가 샤를 로오 드 플뢰리가 설계한 파리 공증인협회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는 국제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지어졌다. 이 역사적 건물에 대한 개입은 어떤 동기에서 비롯됐나?
다비드 도텔롱드(도텔롱드): 건물의 역사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복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에 끌려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장기적 재생을 위한 도구로서의 건축’이라는 사무소의 핵심 가치를 증명할 기회로 보고, 스타일이 아닌 시나리오라는 차별화된 제안으로 국내외 주요 회사들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건물의 물질적이고 상징적인 실재에 기반하면서도, 현 시대의 시급한 환경적·사회적 문제에 기반을 둔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췄다.
완드릴 마르셰(마르셰): 우리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 프로젝트에 접근했지만, 건축은 변화의 언어를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의 이미지를 복원하는 대신, 2025년에도, 그리고 2095년에도 시대성과 지속성을 담아낼 수 있는 구조를 재구성하려 했다.
이: 설계공모를 주최한 파리 공증인협회는 어떤 방향성을 제시했나?
마르셰: 설계 지침은 체계적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네 가지 주된 요구 사항이 있었는데, ‘공증인의 공간’을 개방하고 환영하는 곳으로 만들 것, 대중과의 연결점을 재구축할 것, 진화하는 공증인의 정체성을 구현할 것, 그리고 방치된 유산을 되살릴 것이었다. 동시에 그들은 이러한 목표를 구체적인 건축 형식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도텔롱드: 프로그램적 변화의 측면에서 공증인협회가 요구한 것들, 예를 들어 유연성, 가역성, 가시성의 향상은 명확했지만, 디자인의 방향성은 열려 있었다. 우리는 설계 지침을 단지 해야 할 일의 목록으로 대하기보다 잠재적인 서사의 범위로 삼아, 공간, 빛, 시퀀스를 통해 공증인이 일하는 모습을 가시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철거된 메자닌의 흔적을 드러낸 파사드
이: 완공 이후 170년 동안 여러 차례 부분적인 개보수가 있었던 건물이다. 이번 재구성 과정에 영감을 준 특정 시기의 모습이 있었나?
마르셰: 1층의 경우, 초기 건물의 도시적 투과성(porosity)에서 영감을 얻었다. 19세기 때 이 건물은 카페와 상점 등 다양한 기능을 수용했었는데, 그런 시민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파사드를 다시 개방했다. 다만 이는 과거를 재현하기보다 투명성과 소통성을 새로 도입하려는 시도였다.
도텔롱드: 이 건물은 1855년 당시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금속 구조물, 가스 조명, 강제 순환 난방, 심지어 초기 형태의 이중 바닥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런 건축적, 기술적 실험 정신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우리는 곡면형 구조 유리 파사드, 은폐형 설비 시스템, 가역적인 조립 방식을 통해 이 건물이 지닌 아방가르드적 특성을 21세기로 확장했다.
마르셰: 건물의 초기 상태를 모델로 삼기보다 여러 레이어들 중 하나의 참조점으로 봤다. 1855년 이래로 파사드가 바뀌고, 메자닌이 추가되고, 안마당이 콘크리트로 채워지는 등 여러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각각의 변화는 기능이나 맥락의 변동을 반영한 것이었지만, 총체적으로는 시각적・공간적 일관성의 상실을 초래했다. 우리의 역할은 이렇게 얽힌 여러 레이어를 해체하는 일이었다. 다만 이는 각 레이어를 떼어 제거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구조 및 논리적 관계를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존 건물에서 반원형 안마당은 비대칭적 대지 형상을 보완하며 북쪽의 봉사 공간(servant space)과 남쪽의 주 공간(served space)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북-남을 기능적으로 분리한 구성적 특징이 프로젝트에 어떤 참조점이 되었나?
마르셰: 북-남의 이분 구도는 우리의 개입 방향을 결정하게 해준 핵심 요소였다. 남쪽에서는 넉넉한 볼륨, 역사적 디테일, 중첩된 시각적 축 등 의례적인 공간감을 복원했다. 북쪽에서는 모듈성, 음향적 편안함, 기술적 효율성 등 적응성을 적극 수용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나눈 데에는 기능적인 이유 말고도 상징적인 이유도 있다. 기관은 접근성뿐만 아니라 가독성도 중요하다. 주 계단을 통해 방문객은 기밀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협회 내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비밀스러운 면을 마냥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존중을 바탕으로 한 투명성을 통해 전문성이 연출되는 장면을 만든 것이다.
도텔롱드: 건물 중앙에 있는 기념비적인 계단은 공간 전략의 핵심이 돼 줬다. 이 계단은 단순한 동선장치를 넘어 극적인 문턱처럼 공간을 분리하면서 또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공간의 언어는 미묘하게 바뀌고, 방문객은 섬세하게 프레임화된 개구부를 통해 공증인들의 업무 환경을 점차 의식하게 된다. 우리는 공증이라는 업무가 벽 뒤에 숨어 하는 일이 아니라 품위 있고, 정확하고, 생생한 일임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공간적 서사를 연출하고자 했다.


1층 로비. 파사드에서 해체한 석재를 현장에서 재가공해 바닥 패턴으로 활용했다.
이: 1층을 완전히 열려 있는 공공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수반되었나?
마르셰: 우리의 주된 의도는 입구 시퀀스에 품격과 명확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건물 역사의 후반에 추가된 기존 메자닌은 1층 로비의 규모를 축소해, 방문객을 환영하고 건물을 대표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게 했다. 우리는 이를 철거함으로써 층고가 넉넉하고 채광이 충분한, 공증인협회의 상징적 위상에 걸맞은 홀로 재구성했다.
이 홀은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공공적이며, 건물 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도텔롱드: 또한 새로운 도시적 관대함을 제안하고자 했다. 파사드를 다시 개방하고 메자닌의 슬래브 라인을 드러낸 것은 미적 향수의 표현이 아닌, 투명성과 대화를 위한 것이었다. 거리에서 다시 건물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홀 안에서는 정원이 보인다. 파리와 같이 조밀한 도시 조직에서는 보기 드문 배치다. 그리고 입구 공간에 공증인의 역할과 역사, 공증인과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공증인의 변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전시 공간을 통합했다.
이: 새롭게 이식된 곡면 유리 파사드의 시각적 강렬함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맥락을 주입하기보다는 기존의 맥락을 연장하면서 기능적 결함을 보완한 것 같다. 기존 건물에 대한 개입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작업했나?
도텔롱드: 스타일상의 대비, 혹은 유산에 대한 경외심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상의 이점을 개입의 기준으로 삼았다. 공간이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명료성이 사라졌거나 빛이 부족한 때 등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만 개입했다. 곡면형 유리 파사드는 외부를 향한 선언이 아니라 내부를 위한 해결책이었다. 마당을 개방하고,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고,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시각적·기후적 편안함을 제공한다. 거리에서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체험되도록 설계했다.
마르셰: 우리는 보존 그 자체를 위한 보존에도, 과거로부터 단절을 선언하는 데에도 관심이 없다. 대신 정밀함을 추구한다. 파사드의 곡률은 안마당의 기하학적 구조에 맞춰 보정됐다. 또 그동안 방치됐던 업무 공간에 공기, 명료함, 품격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파사드의 투명성은 기능적이면서 상징적이다. 어떤 제스처가 건물 내부의 삶을 변화시킨다면, 그것이 거리에서 보이든 보이지 않든 정당한 개입이다.

이: 1층 파사드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재를 건설 과정에 다시 사용했다. 재료를 절약하고 과거의 흔적을 보존한 측면을 넘어서는, 재사용에 담긴 건축적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
마르셰: 이 프로젝트는 재사용이 극복해야 할 제약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건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였다. 철거된 파사드에서 석재 조각을 회수해 입구 바닥의 새로운 구성에 통합했다. 이는 단순한 장식용 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억의 파편으로 재맥락화한 것이다. 또한 기존 재료 체계와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19세기 파리의 오스만식 연속형 주거 블록에 사용되던 다공성 화산석인 포졸라나를 재사용했다. 이런 제스처를 통해 과거를 그대로 인용하기보다 새로운 구성을 이뤄냈다. 우리에게 있어 디자인의 본질이란 재료의 적소(適所)를 찾는 것이다. 재료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함께 작품을 구성한다. 각 재료는 사용, 조립, 수명과 관련한 논리를 내포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가 진행 중인 그랑 팔레 프로젝트는 생물권의 재료인 흙과 기술권의 재료인 재활용 알루미늄을 조합하는 이중성에 기반한 작업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Cradle to Cradle』(2002)에서 직접 영감을 받았다. 우리는 건축의 전체 수명 주기를 제어하거나 최소한 예측하는 방법을 확보했고, 이제 그 지식을 디자인 도구로 사용한다.
도텔롱드: 재사용이 이제 하나의 저작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간 재사용은 영리한 재활용 사례나 일회적인 변형의 한 형태로 축소돼왔다. 우리는 재사용을 부차적인 것이 아닌 생성적 행위, 즉 디자인의 시작점으로 본다. 한때 어느 한 도예가가 이 건물에서 공방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반영해 도자기와 점토를 재료로 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스토리텔링만을 위한 선택이 아닌, 제한된 자원, 탄소 할당, 가역적 설계의 필요성과 같은 오늘날의 제약 속에서 촉각적이고, 서사적이며, 회복력 있는 재료 팔레트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모든 재료의 미래 전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래 갈 것인가? 어떤 식으로 노화될까? 해체하고 재사용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미학이나 구조만큼 디자인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이 프로젝트에서 역사적인 석재를 재사용한 것은 상징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기능적이고 정밀한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었다. 재료성은 장식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건축이 지닌 회복탄력성의 최전선이다.
이: 마지막으로, 이미 존재하는 것의 재생이라는 접근 방식하에 이 프로젝트가 어떤 도시적, 건축적 가치를 새롭게 창조해냈다고 생각하나?
마르셰: 이 프로젝트는 ‘제약 조건 아래에서 건축은 어떻게 바람직한 미래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란 주제로 아틀리에 센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광범위한 성찰의 일환이다. 우리에게 재생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행위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투영이다. 공증인협회 건물은 제약을 발명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에 뿌리내리면서도 미래를 상상하는 건축의 시험장이 되었다. 우리는 건물을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어나가야 할 이야기로 본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 기관이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재사용은 차선책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텔롱드: 우리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가설을 세운다. 각 프로젝트는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의 단편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 위기, 자재 부족, 제도적 개방성이라는 작금의 구체적 현실에 우리의 비전을 정착시킨다. 오늘날의 건축은 노후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만을 위해 설계할 것이 아니라, 가역성, 수리 가능성, 재사용 가능성을 고려해 미래를 위해 설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건물은 더 이상 기념비가 아니라 해석을 열어두는 자원이며, 미래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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